금융전문가 70% “KB+우리금융 시너지효과 크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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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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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 매각 7월 예비입찰… ‘합병효과’ 10인 설문


다음 달 27일 우리금융지주 매각 예비입찰을 앞두고 KB금융지주가 합병 방식으로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금융권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상당수 금융전문가들은 우리금융과 KB금융의 ‘짝짓기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 겸 차기 금융학회장, 남주하 서강대 교수,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인석 중앙대 교수,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이상 가나다순) 등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합병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 메가뱅크는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우리금융과 KB금융의 비즈니스 모델이 큰 차이가 없고 △약 800조 원의 자산을 가진 초대형 은행이 출현하면 독과점 논란이 예상되며 △유럽 재정위기 및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금융회사 건전성 우려가 커져 굳이 지금 두 은행의 합병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1999년 한일과 상업은행이 합쳐 탄생한 우리은행, 2001년 주택과 국민은행이 합병한 KB국민은행 모두 당시에는 세계적 은행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합병 이후 10여 년 동안 국내 금융현실에 안주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신인석 교수는 “두 은행 모두 소매금융에만 주력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날 여지가 적다”며 “합병 후 그 많은 자산을 관리할 역량과 시스템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에 가입한 한국에서 세계 유수 은행과 겨룰 만한 ‘메가뱅크(초대형 은행)’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용준 센터장은 “덩치만 키운다고 경쟁력이 저절로 향상되는 건 아니다”라며 “금융회사 부실이 세계 경제의 공통 문제로 떠오른 지금은 합병 시기로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윤창현 원장은 “한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대형은행의 탄생도 나쁘지 않다”며 “KB와 우리금융이 ‘연애(합병 논의)’를 한다고 꼭 ‘결혼(합병)’하는 것도 아닌데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 “쪼개 팔거나 다음 정권이 처리해야”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의 바람직한 민영화 방식으로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 계열사들을 쪼개 파는 분리매각(3명), 차기 정권 혹은 부동산 경기 회복 후 다시 논의(3명)하는 방식을 제기했다.

특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는 서로 맞부딪칠 소지가 크고 ‘금융산업 발전’은 다소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창선 연구위원은 “이미 민영화가 13년이나 늦어진 만큼 제대로 된 원칙을 세워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시너지 효과만 보면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의 결합이 KB금융과 우리금융의 결합보다 더 낫다”며 “지난해 산은금융의 인수 시도가 무산된 데에는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에 대한 반감도 일정부분 작용했던 만큼 다음 정권에서 이 구도가 재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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