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접경지 개발의 상징… 길게 보고 갑니다”

SK그룹 단둥 신도시 공사 현장-보세물류센터 르포

SK네트웍스가 개발하는 중국 랴오닝 성 단둥 시 신도시개발구 신청1단지 공사현장. 작업반장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압록강과 북한 신의주 황금평 지역이 보인다.

17일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 서남쪽 신도시개발구. 시원하게 뚫린 10차로 도로 앞은 골조공사가 한창이었다. 뼈대를 갖춘 콘크리트 건물 9채 위에는 대형 크레인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SK가 짓고 있는 단둥신도시 신청(新城)1단지 공사현장이었다. “일요일인데도 작업을 하나요”라고 물었더니 정해준 SK네트웍스 중국투자유한공사 부장은 “공사장에 일요일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웃었다.

아파트 8동과 오피스 건물 1동으로 이뤄진 신청1단지는 전체 공정이 60%가량 진행된 상태다. 공사 중인 아파트 건물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니 ‘과연 단둥신도시 정중앙’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남쪽으로는 불과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압록강 너머 북한 신의주 황금평 지역이 보였다. 북한과 중국은 황금평 경제지대를 공동 개발키로 하고 지난해 착공식을 열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 지역이 앞으로 마카오처럼 급속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단둥 시 SK 보세물류센터에서 중국 기업 직원들이 북한에서 수입한 옷을 검사하 고 있다. 이 옷들은 다시 유럽으로 수출된다. 단둥=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중국은 최근 서부대개발 계획이나 메콩 강 유역 개발사업처럼 접경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해 낙후지역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인접국을 자국의 영향권 안에 포섭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 변수’를 제쳐놓더라도 단둥신도시의 발전은 어느 정도 보장된 셈이다.

정 부장은 “신청1단지는 지난해 말부터 분양을 시작했는데 베이징(北京)에서도 투자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22만여 m² 규모의 신청2단지 개발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신청1단지 바로 옆 보세물류센터는 이렇다 할 국내 대기업은 아직 한 곳도 진출하지 않은 단둥에서 SK그룹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SK네트웍스가 짓고 올해 1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 센터는 단둥에서 유일하게 수출입 창고를 모두 갖춘 곳이다. 일요일인데도 수입창고에서는 중국업체 직원이 북한에서 들여온 의류를 검사하고 있었다. 중국 동북 3성(랴오닝 성, 지린 성, 헤이룽장 성)의 의류·전자업체들은 최근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북한에 하도급을 주고 있는데 이 의류는 다시 유럽으로 수출한다.

SK네트웍스는 2010년 선양(瀋陽) 시에 교통·쇼핑·생활공간이 합쳐진 지상 24층 규모의 SK버스터미널을 열었다. 중국에서 외자(外資)기업이 공공시설 사업에 진출한 최초의 사례로 현재 지역 내 시외버스 운송량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선양 SK버스터미널과 단둥 보세물류센터는 동북 3성의 전략거점인 선양 시와 단둥 시에 소비재와 물류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기반을 확충했다는 의미”라며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해 말 보세물류센터 준공식에서 “중국사업은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지역과 이익을 같이 나누는 윈윈 방식이 되게 하라”고 주문했다. SK그룹은 앞으로 단둥에 8만3000m² 규모의 2차 물류센터 용지도 개발할 계획이다.

단둥·선양=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