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벌써 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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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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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출하량 작년보다 4.5% 감소… 46개월 만에 처음

웰빙 트렌드와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외에서 입지를 넓혀온 막걸리 시장의 성장세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막걸리 월별 출하량은 3만6457kL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8160kL에 비해 4.5% 감소했다. 출하량은 수출과 내수 소비량을 합친 막걸리 제조업체의 전체 출고량이다. 막걸리 월간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것은 2008년 6월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막걸리 시장은 2009년과 2010년 출하량이 각각 52.4%, 72.6% 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출하량 증가율이 15.3%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내수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막걸리 내수 소비량은 38만9705kL로 전년 대비 1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류업계에서는 막걸리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막걸리는 내수소비량은 지난해 2월과 3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4%, ―2.6%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직후인 같은 해 4월 한국식품연구원이 “막걸리에서 항암성분인 파르네솔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뒤 소비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 막걸리 시장이 커지려면 이처럼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낼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막걸리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한식세계화 사업에 따른 특수(特需)를 누렸지만, 정작 그 기간에 고급 제품 개발 등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소비자는 수입 위스키 같은 고급스러운 술을 원하는데 주류업계는 한 병에 1000∼3000원대의 비슷비슷한 싼 술만 쏟아내고 있다”며 “막걸리가 일본 ‘사케’에 시장을 내주고 있는 것도 고급화·다양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막걸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돼 대기업의 투자 가능성이 막힌 점도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걸림돌로 지적됐다. 국내 최대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는 지방 막걸리 업체를 인수했지만 제품을 전량 수출하고 있다. 롯데주류와 CJ제일제당은 막걸리를 직접 제조는 하지 않고 군소업체 제품의 유통만 지원하고 있다. 식품업계 중견기업 오리온은 ‘참살이 탁주’를 인수하고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폐쇄적인 주류시장의 유통구조 탓에 고전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막걸리#출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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