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 ‘찬밥’… 경매선 ‘인기’ 서울 재건축 아파트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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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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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세 실종으로 일반 거래시장에서는 ‘찬밥’ 취급을 받고 있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가 법원경매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법원경매 상품의 인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매전문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부터 6월 초까지 법원경매 상품별 평균 낙찰가율을 보면 일반 아파트는 70%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이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형성돼 있고, 90%를 넘는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7일 경매가 진행된 일반 아파트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은 감정가 10억5000만 원의 72%인 7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14일 감정가 7억5000만 원에 경매된 송파구 잠실동의 ‘신동아 예지움’도 5억2000만 원에 낙찰돼 69%의 낙찰가율을 보였다. 4월 3일 경매된 강동구 둔촌동 ‘둔촌 푸르지오’도 5억9000만 원에 낙찰돼 감정가 9억 원의 65%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지난달 30일 6억7000만 원의 감정가로 경매된 재건축 아파트인 동작구 사당동 ‘대림아파트’는 5억4000만 원에 낙찰돼 81%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7일 경매된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의 경우 감정가 6억5000만 원에 낙찰가가 6억4000만 원으로 낙찰가율이 98%에 달했다. 같은 날 경매된 재건축 아파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아파트’도 8억3000만 원에 감정가가 책정됐지만 7억6000만 원에 낙찰되며 91%의 낙찰가율을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법원경매 시장에서 재건축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에 대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의 임병철 팀장은 “현재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m²당 매매가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며 “낙찰가에 소유권 등기 이전에 따른 제반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고 전했다. 부동산태인의 정대홍 팀장은 “금융기관이 부실채권(NPL)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매에 나온 아파트는 부동산이 아닌 채권으로 취급돼 매매 시 세금이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서 ‘묻지 마 투자’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매물건의 경우 경매정보업체 등이 분석한 자료에 나오지 않은 숨은 채권자가 있는 등 예측 불가능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원경매장의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려 목표 가격보다 높여 낙찰가를 쓰는 일도 반드시 피해야 할 경매 투자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응찰가는 시세의 85%를 한계선으로 놓고 물건의 가치를 따져보면서 5% 안팎에서 조정하는 게 좋다. 만약 95%를 넘어섰다면 포기하는 게 낫다. 수수료를 감안할 때 시세에 근접한 값에 낙찰하면 실익이 없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시장#경매#재건축#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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