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율 2%대 빨간불… 서민층 ‘부채 폭탄’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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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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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뒤흔들 ‘시한폭탄’인 가계 부채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대를 유지하던 신용카드 연체율이 2%대를 돌파했다. 카드회사는 연체율이 2%가 넘으면 위험 신호가 들어온 것으로 판단한다.

가구 소득이 많고 고가(高價)의 아파트를 소유한 중산층 이상 가구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가계 부채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911조 원(3월 말 기준)에 이르는 가계 부채가 서민층 이하뿐만 아니라 중산층 이상도 집어 삼킬 폭발력을 가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빚으로 버티다 한계에 도달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KB국민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은 2.09%로 지난해 말 1.91%에 비해 0.18%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카드채권 연체율은 1.74%로 0.15%포인트 높아졌다. 전업카드회사의 연체율이 2%를 넘어선 것은 2009년 말 2.23%를 나타낸 이후 2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연체율이 상승한 이유는 은행들이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서민들이 쉽게 빌릴 수 있는 카드 대출로 몰렸고 이자나 원금을 제때 갚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빚을 내 생활비를 충당하다가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더는 버티지 못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신용카드가 연체되면 은행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자율이 연 30%가 넘는 대부업체 등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신용카드 연체를 악성 채무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연체는 아니지만 빚을 못 갚고 있다는 점에서 연체와 유사한 리볼빙(revolving) 서비스 잔액이 증가하는 것도 우려된다. 리볼빙은 카드 이용금액의 일정 부분만 갚고 나머지는 대출 형태로 상환시기를 연장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말 기준 리볼빙 서비스 이용잔액은 약 6조2000억 원이다. 2009년 말 5조1000억 원, 2010년 말 5조5000억 원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 중산층도 가계 부채 위험에 노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1750만 한국 가구 중 6%에 불과한 소득 1억 원 초과 가구가 전체 가계 부채 총액 911조 원의 21%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가구의 33%인 소득 5000만 원 초과 가구가 지고 있는 가계 부채는 전체 가계부채의 55%에 이른다.

보유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주택가격 10억 원 초과 가구 비율은 1.9%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가계 부채는 전체 부채의 10.8%에 이른다. 3억 원 초과 가구 비율은 20%지만 이들의 부채가 전체 부채의 53.6%에 달했다.

가계 부채의 절반 이상을 가구 소득이 많고, 고가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갖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 수준이 낮고 싼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계가 더 많은 부채 위험에 노출돼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고소득층 역시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계 부채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양원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은 “현재 한국에서 가계 부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계층은 거의 없다”며 “실업률 등 거시지표가 조금만 나빠지면 가계 부채에서 파생된 여러 문제가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신용카드#연체율#서민층#부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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