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종자는 가라” 한국 딸기 독립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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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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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종자와 재배법을 전수받은 딸기의 국산화율이 최근 수년 사이에 크게 상승했다. 2005년에는 국산이 9%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68%로 높아진 것이다.

22일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2000년 초까지 국산 딸기 품종은 야생딸기 1, 2개뿐이었지만 지금은 ‘설향’, ‘매향’ 등 11개에 이른다. 이들 품종은 일본산에 비해 단단해서 잘 물러지지 않고 수확량이 많아 소비자나 재배농가로부터 환영 받고 있다.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농가에서 ‘아키히메’, ‘레드펄’ 등 일본 딸기를 심었던 것이 불과 7년 전”이라며 “세계적으로 ‘종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딸기는 국산 종자 개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종자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가입한 이후부터다. UPOV 회원국이 되면 작물을 재배·판매하기 전에 종자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농민들은 딸기 로열티를 내야 하는 상황에 거세게 반발했고 우리 정부는 2006년 일본 육종농가와 협상을 벌여 결국 딸기 로열티 적용 시점을 올해 초로 미루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시간을 번 사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충남 농업기술원 논산딸기연구소 등이 딸기 종자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설향, 매향, 천마 등이다. 최진근 국립종자원 과장은 “올해부터 딸기 로열티가 적용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까지 국산화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장미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장미의 국산화율은 2005년 1%에 그쳤으나 2011년 22%까지 상승했다. 외국에 지불하는 장미 로열티도 2005년 77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37억여 원으로 줄었다.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현재 딸기, 장미를 포함한 240여 개 작물의 품종보호 출원 건수는 5973건으로 조만간 6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외국 출원 품종은 1447건(25%)이고 나머지는 우리나라 정부 및 민간인이 낸 것이다. 종자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 부문도 점차 늘어나면서 민간인 출원자 비율이 2007년 9%에서 지난해 말 15%로 높아졌다. 배원길 국립종자원장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종자에 대한 국내 품종 개발이 늘고 민간 종자 개발도 많아지는 등 종자산업이 점차 선진국화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종자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배추, 고추 등 채소류의 국산화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화훼, 과수 분야는 12%대에 머물고 있다. 연간 150억 원의 로열티를 해외에 내고 있지만 우리가 외국으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입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국산 딸기#일본#종자#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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