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 유통마진, FTA효과 가로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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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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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가 3만6600원 유럽산 전기다리미, 소비자엔 9만2430원에 판매

필립스와 테팔, 로벤타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유럽의 유명 브랜드 전기다리미 가격이 수입 원가의 2.3배로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업자들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가격이 하락했는데도 소비자 판매가격을 유지하면서 FTA 관세인하 효과를 중간에서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국내 수입된 유럽 브랜드 전기다리미 41개 모델의 유통단계별 평균 가격을 조사해 21일 발표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FTA 발효로 관세인하 폭이 큰데도 소비자 판매가격은 내려가지 않은 전기다리미와 프라이팬, 전기면도기 등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에 가격조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결과물로, FTA 관련 품목 가격조사 1탄인 셈이다.

조사 결과, 국내 수입업체는 41종의 전기다리미를 평균 3만6600원에 들여오고, 이를 중간상인이나 소매업체에 평균 5만4103원에 팔고, 최종적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수입다리미를 평균 9만2430원(부가세 포함)에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소비자가격이 수입원가의 252.5%에 이른다는 얘기다. 특히 수입업체와 중간상인, 소매업체가 챙기는 유통마진이 5만4000원으로 수입 원가보다도 많았다.

같은 제품이라도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평균 37.8% 저렴했지만 이들 제품의 전자상거래 판매비중은 5∼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업체와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7월 한-EU FTA 발효로 관세가 인하되면서 유럽에서 생산되는 전기다리미의 수입 원가가 떨어졌는데도 소비자 판매가격은 한동안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한-EU FTA 발효 직후인 지난해 3분기부터 유럽산 전기다리미 평균 수입가격이 떨어져 올 1분기에는 FTA 발효 전보다 수입가격이 15.1% 하락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소비자 판매가격은 9개월 동안 변화가 없다가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올 4월부터 하락해 이달 15일 현재 한-EU FTA 발효 직전보다 12.7% 인하됐다.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유럽 브랜드 전기다리미 가격이 수입 원가보다 지나치게 높고 관세 인하에도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것은 독과점 시장구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유럽 브랜드 전기다리미 시장은 독점 수입권을 갖고 있는 수입업체 2개 회사가 독차지하고 있으며 백화점 3개사와 대형마트 3개사가 이들 제품의 판매를 대부분 도맡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FTA에도 소비자 판매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것은 수입 전기다리미 시장의 독과점 구조 때문”이라며 “수입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전자상거래 판매를 방해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유통마진#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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