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이은우]‘100세 시대’ 대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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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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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경제부 차장
이은우 경제부 차장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수명은 46.3세였다. 영조처럼 82세까지 장수한 왕이 있는 반면 단종은 16세에 삶을 마감했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40∼44세 정도로 알려졌지만 엄밀히 따지면 훨씬 줄어든다. 신동원 KAIST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조선시대의 높은 영아 사망률을 감안할 때 실제 평균수명은 24세 정도였을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약 80세다. 영아 사망과 각종 유년기 사고사 등을 감안한 연령이다. 이 때문에 은퇴 관련 학자들은 한 해 사망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사망 당시 나이인 최빈(最頻)사망연령을 중시한다. 은퇴는 어릴 적 질병이나 사고를 피해간 보통 성인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최빈사망연령은 86세였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2년마다 1년씩 연장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론적으로 1970년생 중에서는 116세에 사망할 사람이 가장 많다. 현재 장년층 상당수는 은퇴 후 문상(問喪)을 갔을 때 고인의 나이가 100세 안팎일 가능성이 높다. 반갑든 끔찍하든 이미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요즘 금융투자업계에서도 100세가 화두이다. 증권사들은 100세를 내세운 연구소를 새로 만들거나 인력을 늘리고 있다. 직원들을 외부 기관에 보내 양성하기도 한다. 예전엔 적립식 펀드를 팔기 위해 ‘노후’ ‘은퇴’ 등 이름만 그럴듯한 연구소를 운영했으나 요즘은 회사의 미래를 걸고 100세 시대 세일즈에 나섰다.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우리투자증권이 최근 전국 가구주 6589명을 대상으로 100세 시대 준비지수를 조사했다. 평균으로 보면 기대수명 82세, 은퇴 후 매달 희망 소비액 245만 원, 은퇴 후 예상 월소득 155만 원이었다. 지금 방식으로 은퇴를 준비하면 75세 때 무일푼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대수명을 적용하면 은퇴 후 7년, 100세 시대를 고려하면 생애 마지막 25년 동안 생계가 막막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1970년생 기준으로 매달 108만 원(기대수명 기준) 또는 235만 원(100세 기준)을 추가로 저축해야 한다. 은퇴 후 경제 문제는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금융투자업계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투자다. “우리 조언대로 이런저런 상품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면 은퇴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서울대와 우리투자증권의 분석에서 연 5% 기준인 투자수익률을 6%로 1%포인트 높여보자(투자수익 증가율은 20%). 기대수명까지 은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 저축액이 월 108만 원에서 90만 원으로 줄어든다.

수익률은 그대로 두고 은퇴 후 희망 소비액을 20% 줄이면 어떻게 될까. 매달 추가로 저축해야 할 돈이 108만 원에서 53만 원으로 감소한다. 투자수익률을 높이기보다 희망소비액을 줄일 때 은퇴 준비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100세 시대 해법으로 은퇴 후 씀씀이를 줄이라고 얘기하면 전문가로 대접받기 힘들다. 사람들은 희망 씀씀이를 유지해도 될 은퇴자금의 마련 방법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답은 찾기 어렵고 현실은 냉정하다. 금융투자업계에 투자전문가뿐만 아니라 행복컨설턴트가 필요할 것 같다. 적은 돈으로도 행복할 방법을 미리 배운다면 노후 준비가 훨씬 수월해지지 않을까.

이은우 경제부 차장 libra@donga.com
#100세 시대#데스크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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