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개인에 포괄근저당 전면 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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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만 유리” 민원 속출
금융위 ‘근저당 관행’ 손질

A 씨는 5년 전 살던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은행원의 권유에 따라 포괄근저당을 설정했다. 그는 대출이자와 원금을 꼬박꼬박 상환해 왔으나 얼마 전 아파트가 압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A 씨가 보증을 서 준 친구가 최근 대출을 연체하자 은행이 A 씨의 아파트를 압류해 버린 것이다. 이 아파트에 설정해 놓은 포괄근저당이 문제였다.

금융당국이 A 씨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은행 근저당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금융위원회는 담보 제공자에게 과도한 담보 책임을 부과하거나 예상치 못한 재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근저당 관련 제도와 관행을 고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금융위는 은행 근저당권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해 7월 이전에 은행 내규와 약관 등을 고치고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은 올해 9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근저당은 은행이 돈을 빌려주면서 떼이지 않기 위해 아파트나 토지 등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2011년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 잔액 468조 원의 72%인 337조 원이 근저당 설정 대출일 정도로 많지만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어 그동안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위는 신규 또는 기존 대출 갱신을 막론하고 개인에게는 은행이 포괄근저당을 못하게 할 방침이다. 포괄근저당이란 새로운 대출이 발생할 때마다 일일이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고 하나의 담보로 모든 채무를 갚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A 씨처럼 포괄근저당을 설정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보증을 섰다가 집이 넘어가는 등 피해가 컸다.

2010년 11월 은행법이 개정되면서 포괄근저당이 금지됐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특약에 예외조항을 만들어 포괄근저당을 설정해 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외조항을 못 만들게 해 개인에게는 포괄근저당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은행들은 앞으로 대출 관련 근저당을 설정하면서 빚을 갚지 못했을 때 담보를 처분할 수 있는 대출 종류도 1, 2개로 최소화해야 한다.

포괄근저당을 못하게 된 은행들이 한정근저당(특정 종류의 대출에만 설정하는 근저당) 담보의 채무 종류를 여러 개 지정해 사실상 포괄근저당의 효과를 내려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금융#은행#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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