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물서 영업’ 하나-외환銀 지점 찾아가보니 “통폐합 불안감 있지만 시너지 기대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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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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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당산동5가의 한 주상복합건물 1층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당산역 지점이 함께 입주해 영업하고 있다. 왼쪽 앞에 하나은행 간판이, 오른쪽 위에는 외환은행 간판이 보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5가의 한 주상복합건물 1층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당산역 지점이 함께 입주해 영업하고 있다. 왼쪽 앞에 하나은행 간판이, 오른쪽 위에는 외환은행 간판이 보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6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5가의 한 주상복합건물 1층. 지하철 9호선 당산역 10번 출구 바로 앞에 외환은행 당산역 지점이 들어서 있다. ‘ㄴ’ 모양의 건물 왼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하나은행 당산역 지점 간판도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에서는 1월 말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로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두 은행 지점이 나란히 영업하고 있다. 외환은행 지점과 하나은행 지점 사이 거리는 30여 걸음에 불과했다. 한 식구가 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두 은행의 당산역 지점 주변에는 ‘친근함’보다는 ‘불안함’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
외환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곧바로 합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평소처럼 거래하면 된다”고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지점 통폐합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다른 은행들도 합병을 통해 고객 혜택이 많아진 만큼 장점이 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창구 직원도 “외환은행과 우리는 크게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었다”며 “지점 통폐합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만큼 우리는 평소처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산역 지점처럼 한 건물에 들어 있지는 않아도 하나은행 653개 지점과 외환은행 357개 지점 가운데 100m 안팎의 근접거리에 있는 ‘중복 지점’은 40여 개가 넘는다. 영업 효율을 높이려면 통폐합이 불가피해 일부 고객도 불안해하고 있다. 회사원 장모 씨(33)는 “모든 거래를 외환은행에서 하는데 하나은행으로 통합되면 혜택이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도 외환은행 서잠실 지점 인근에 하나은행 잠실 지점이 있다. 이곳은 걸어서 200m가량 떨어져 있지만 영업망이 비슷해 중복 지점으로 꼽힌다. 외환은행 직원은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합병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은행 업무는 평소처럼 하면 된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직원들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털어놨다. 고객 이모 씨(37)는 “불과 10m라고 해도 다른 지점으로 가는 게 무척 불편하다”며 “직원이나 지점 수를 줄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직원 역시 “가뜩이나 은행권 경쟁이 치열한데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물론 기대감도 포착할 수 있었다. 하나금융은 인수 후 5년 동안 외환은행 이름을 유지하기로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합의했다. 대다수 외환은행 고객들은 외환은행의 ‘신분 변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한 60대 여성은 “20여 년간 거래해왔는데 하나금융에 인수돼서 놀라긴 했다”면서도 “혜택이 많아진다면 은행 이름이 뭐든 크게 상관없다”고 했다.

두 은행 역시 ‘한 가족’인 만큼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화학적 융합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재규 외환은행 서잠실 지점장은 “잠실지역 외환은행 지점장들끼리는 ‘잠우회’라는 모임을 통해 친목도 다지고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며 “하나은행도 한 가족이 된 만큼 ‘잠우회’ 같은 형식으로 융합한다면 시너지도 내고 직원들의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하나-외환銀#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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