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부모-자녀 수입차 매장에… 누구 차 사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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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부모,요즘엔 100% 자녀車!”
수입차 10만대 시대, 베테랑 영업사업 2인방 인터뷰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국내 수입차 시장은 수입차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베테랑 영업사원들이 보기에도 놀랄 만한 속도로 커지고 있다. 2009년 6만993대에 불과했던 수입차 판매량은 2010년 9만562대, 2011년 10만5037대로 늘어났고, 올해는 12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시장의 변천사를 BMW 강남전시장에서 일하는 구승회 과장(42)과 폭스바겐코리아 분당전시장에서 일하는 김희승 팀장(36)을 통해 들어봤다. 구 과장은 2002년부터, 김 팀장은 2003년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구승회 BMW 그룹코리아 강남전시장 과장
구승회 BMW 그룹코리아 강남전시장 과장
○ ‘낮아진 전시장 문턱’

“보이시죠? 저렇게 편한 옷차림으로 와서 차를 둘러보고 가시는거죠.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지난달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폭스바겐코리아 분당전시장에서 만난 김 팀장은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시장을 둘러보는 중년 부부를 가리켰다. 평일 오후 전시장을 찾은 이 부부는 모두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김 팀장은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정장을 빼입고 온 고객이 대부분이었다”며 “‘고가의 수입차를 사는 만큼 그에 맞는 복장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 구 과장은 “지난해부터는 반바지에 운동화 차림의 젊은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팀장은 “과거에는 ‘수입차는 극소수만 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인식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당연히 매장을 찾는 고객의 수도 많아졌다. 폭스바겐코리아 분당전시장의 경우 2003년에는 주말 매장 방문 고객이 4∼5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부터는 20∼30팀으로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8명이던 영업사원도 20명으로 확충됐다.

매장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영업사원들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김 팀장은 “내방객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차를 사겠다’ 싶은 고객을 선별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귀띔했다. 그는 “예전에는 옷차림, 질문 내용 등을 보면 실제로 차를 구매할 고객을 구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며 “2005년까지만 해도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 함께 오면 부모님 차를 구입하러 온 것이었지만 요즘은 100% 자녀들의 차를 사러 오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은 수입차 모델의 라인업이 다양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 팀장은 “베스트셀링 모델인 ‘골프’ 외에도 ‘시로코 R라인’, ‘투아렉’, ‘티구안’, ‘제다’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부터 정통 세단까지 다양한 모델이 있어 구매층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구 과장도 “판매가 최근 크게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라인업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며 “컨버터블부터 2인승이나 4인승, 쿠페, SUV,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며 고객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 ‘수입차 시장, 더 커질 것’


김희승 폭스바겐코리아 분당전시장 팀장
김희승 폭스바겐코리아 분당전시장 팀장
시장이 바뀌면서 영업사원들의 판촉 방식도 바뀌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종합병원, 변호사 사무실 밀집 건물 등을 찾아 꼭대기 층에서 1층까지 전단과 명함을 돌리는 속칭 ‘빌딩타기’가 빈번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김 팀장은 “과거에는 변호사, 의사, 중소기업체 사장 등 특정 계층이 차를 구입했기 때문에 빌팅타기가 통했다”며 “이제는 회사의 과장, 차장급은 물론이고 신입사원도 구입하기 때문에 특정 계층만을 염두에 두고 판촉 활동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구 과장 역시 “고객층이 다양해지다 보니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영업사원들도 다양한 신문을 읽고, 상식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입차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구 과장은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도 빨랐지만 앞으로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소비자의 욕구가 계속 커지고 있어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수입차의 강점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국산차의 성능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만큼 가격도 올라 이제는 가격 경쟁이 큰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자동차 시장의 기준은 ‘수입차냐 국산차냐’가 아니라 동일한 가격대에 어떤 성능을 갖추고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수입차#폭스바겐코리아#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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