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편의점서 휴대전화 구입 ‘블랙리스트’ 제도 5월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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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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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이통사와 대등한 경쟁 불가능”

《 5월부터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휴대전화기를 살 수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된다. 이동통신사들은 분실 또는 도난당한 휴대전화기로 ‘블랙리스트’에 올라온 것이 아니면 어떤 전화기든 개통해 줘야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이동통신사가 독점적으로 휴대전화기를 유통시키던 구조가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휴대전화기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 결과 ‘반값 TV’나 ‘통큰 TV’로 전자제품 가격 파괴 트렌드를 이끌었던 유통업계가 휴대전화기 판매에는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 유통업계 “블랙리스트 관심 없다”

동아일보가 20∼23일 대형마트 3곳(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편의점 4곳(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GS25 미니스톱), 전자제품 전문 양판점 1곳(하이마트) 등 8개사를 인터뷰한 결과 이들 중 휴대전화기 판매 계획을 확정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8개 중 7개사는 휴대전화기 유통사업 진출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LG전자와 가까운 관계인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 1곳만 사업 진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LG전자로부터 안정적으로 휴대전화기 물량을 조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유통업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6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계획을 확정한 이후 6개월 이상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와 판매 여부를 논의해왔다.

휴대전화기 판매에 나서길 주저하는 이유로 유통업체들은 “이동통신사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 이동통신사 기득권 제한에 촉각

한국의 휴대전화기 유통구조는 복잡하게 꼬여 있다. 휴대전화기 제조업체는 제품 출고가격보다 가격을 부풀려 이동통신사에 판매하는 대신 판촉비용 명목으로 이동통신사에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 이동통신사들은 이 금액으로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설문에 참여한 A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판매 물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제조사가 이동통신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대형마트에도 판촉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동통신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MVNO)들조차 구매력이 떨어져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최신 휴대전화기를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이동통신사들이 유통업체가 제조사와 직거래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B사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제도로 이동통신사를 통해 휴대전화기를 팔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휴대전화기 제조사들이 직접 기기를 유통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비인기 모델만 판매된다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제조사들도 기기 유통 구조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유통 채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팬택은 직접 기기를 판매할 유통 채널을 만들기 위해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4월 발표할 블랙리스트 제도 세부 시행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사 관계자는 “휴대전화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기득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블랙리스트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휴대전화기 블랙리스트 제도 ::


휴대전화기를 이동통신사 대리점뿐 아니라 가전 매장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한 제도. 분실하거나 도난당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휴대전화기가 아니면 바로 개통해 쓸 수 있다.  
#경제#유통#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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