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發 ‘세금폭탄’에 떠는 요즘 부자들 인사 “절세 방패 마련했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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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 씨(52)는 연리 18%인 3년 만기 사모(私募) 주가연계증권(ELS)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걱정도 커지고 있다. 투자원금 5000만 원의 연간 이자 900만 원을 만기인 올해 한꺼번에 받으면 이 상품으로 얻을 금융소득만 2700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은행 예금이자 등을 더하면 현행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인 4000만 원은 훌쩍 넘게 된다. 문제는 4·11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금융종합과세 기준을 4000만 원에서 최소 3000만 원으로 낮추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실제로 이 기준이 낮아져 세금부담이 커질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결국 박 씨는 세금을 더 내느니 만기가 되기 전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 자녀에게 이 ELS를 증여하기로 했다.

정치권이 ‘부자 증세’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부자들이 ‘세금 폭탄’을 피할 묘수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상속이나 조기 증여 방안을 고민하는가 하면 금융상품을 고를 때도 수익률보다 절세상품을 최우선으로 따지려는 분위기다.

○ ‘증세’ 공약이 낳은 새로운 고민


며칠 전 손자를 본 신모 씨(65)는 손자에게 금융상품을 증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손자에게 증여하면 세금이 30% 더 늘어나지만 아들, 딸에게 이미 준 금액이 많아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씨는 “자녀에게 갔다가 어차피 손자에게 넘어갈 돈이라면 바로 손자에게 증여하는 것이 세금이 덜하다”며 “세금을 얼마 내느냐에 따라 물려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산가들 사이에서 절세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증권사 세무 컨설팅팀도 부쩍 바빠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아예 ‘미래에셋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VIP 고객들에게 절세전략, 상속 및 증여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은하 미래에셋증권 세무사는 “최근 정치권 분위기로 판단할 때 앞으로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증여를 일찍부터 준비하는 자산가가 많다”며 “사전증여가 가능한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귀띔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금융종합과세 기준을 3000만 원으로 낮추고, 장기적으로 2000만 원으로 내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통합당도 금융종합과세 기준으로 3000만 원을 제시했기 때문에 어느 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든 이 기준이 낮춰질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 등 계속되는 부자 증세 논의도 부자들을 수익률보다 ‘세테크’를 통한 절세전략으로 몰아가고 있다.

○ 금융상품도 ‘절세’가 고려대상

자산가들이 금융상품을 고르는 ‘눈’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수익률이 1∼2%포인트라도 더 높은 상품을 찾아 도전적인 투자에 나섰다면 이제는 ‘절세’를 주요 고려대상으로 삼고 있다. 저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마이너스 수익이 나기 쉬운 상황에서 수익을 깎아먹는 세금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지혜로운 투자’라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증권업계에서도 비과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방카쉬랑스 상품이 단연 인기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저축보험과 즉시연금 등 방카쉬랑스 판매금액은 올 1월 35억 원에서 2월 49억 원으로 늘어났다. 3월 들어서도 16일까지 무려 112억 원이나 팔렸다. 가장 인기가 높은 방카쉬랑스 상품은 최소한 연 4.0%의 금리를 보장해주는 저축보험 상품이다. 연금을 수령하다가 사망하면 원금은 자녀에게 상속할 수 있는 즉시연금도 자산을 자녀에게 이전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장기채, 물가채, 브라질 국채 등이 절세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동양증권 김대혁 상무는 “장기투자 시에는 세금의 차이가 투자 수익의 상당 부분을 결정한다”며 “코스피가 2,000 선을 넘어섰지만 방향성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수익률을 쫓기보다 세금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요즘 자산가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부자증세#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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