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세계가 몰려온다… 대한민국 증시로… 외국인 자금 10조원, 비중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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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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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시 최대 관전포인트 외국인 자금
유가 고공비행 계속되면 자금 이탈 가능성도


코스피가 외국인 자금 물결에 2,000선을 넘어섰다. 연초 이후 10조 원 상당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2012년 1월 말 기준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중은 무려 30.95%에 이른다. 하지만 경기가 변한다면 언제 냉정하게 한국시장에서 등을 돌릴지 모르는 것이 외국인투자가들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올해 증시의 ‘최대 관전 포인트’라며 이들을 제대로 뜯어봐야 코스피의 향방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한다.

○ 4人4色…각기 뚜렷한 4개 권역 자금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을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투자자를 아우르는 영미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계, 룩셈부르크 케이맨제도 버진제도 등 조세회피지역, 마지막으로 사우디 싱가포르 등 중동 및 아시아계 등이다. 이들은 각기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영미계는 주로 뮤추얼펀드나 연기금을 바탕으로 하는 보수적 성향의 장기투자 자금이다. 반면 조세회피지역은 주로 헤지펀드를 주요 주체로, 레버리지 투자에 능한 투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 싱가포르 등 중동 및 아시아 자금은 ‘국부펀드’가 포함돼 변동성이 크지 않은 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외국인 자금의 ‘주포’는 뭐니 뭐니 해도 영미계다. 미국 뮤추얼펀드는 전 세계 뮤추얼펀드 시장에서도 48%를 차지하는 큰 손으로 1월 말 기준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중에서 55.1%를 차지한 것도 이들이다. 45세 이상의 계층을 중심으로 펀드에 가입해 다소 보수적인 이들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안정 지향적’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이들은 보수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스마트해 경기 회복의 시그널을 판단하고 1년 앞서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영미계가 최근 매수에 나섰다는 점은 코스피에는 ‘청신호’로 꼽힌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 재정위기로 지난해 1조56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7조4819억 원을 순매수했다. 주식매수 비중도 직전 고점인 2011년 1월 수준을 넘어섰다. 빠져나갔던 돈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영미계 자금과 달리 재정위기의 발원지인 서유럽계 자금은 완전히 힘을 잃은 상태다. 2007년을 정점으로 펀드 자산규모도 줄고 있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다 보니 개인들도 펀드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서유럽계의 주식비중이 2.87%에 그쳐 코스피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오히려 눈여겨봐야 할 곳은 조세회피지역이다. 굉장히 공격적이고 투기적인 이들은 ‘헤지펀드’의 흐름을 대표한다. 이들은 최근 달러보다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은 헤지펀드 자금이 위험자산 중 주식보다는 유가 등 상품 투자로 쏠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코스피에도 무관한 일이 아니다.

조세회피지역이 유가 상승에 ‘베팅’해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공매도 하고 원유, 난방유, 천연가스 투자에 나선다면 주가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눈여겨봐야 할 주체는 영미계이지만 ‘변수’가 될 수 있는 자금이 바로 조세회피지역 자금”이라고 강조했다.


○ 유가, 미국 주택 경기 눈여겨봐야

3월 들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연초만큼은 거세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단 앞으로 ‘유가변수’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가가 지금과 같이 고공비행을 계속한다면 조세회피지역 자금뿐 아니라 영미계 자금도 이머징 마켓보다 상품시장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영미계 자금은 2013년 경기전망을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경기전망을 낮추고 자금투자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단 1분기에 유가가 7% 이상 상승하면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유가 상승세가 가라앉으면 외국계 자금이 올해 지속적으로 코스피에 유입될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또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의 ‘주포’는 영미계 자금인 만큼 미국 주택경기 회복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할 것이라는, 경기침체의 두려움이 주택경기 회복으로 사라져야 영미계 투자자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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