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5색파워]원액기 제조회사 휴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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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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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으로 짜냈다… 홈쇼핑 대박 터졌다

《 원액기 제조회사인 휴롬의 김영기 회장(63)은 발명가로 통한다. 회사 홈페이지 인사말에도 그는 ‘회장·발명가’로 소개돼 있다. 오전회의가 끝나고 연구실에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요즘엔 자택 옥상에 연구실을 짓고 있다. 경영은 일찌감치 전문경영인인 송해복 대표에게 맡겼고, 기계공학을 전공한 아들은 경남 김해시 본사에서 아버지에게 기술을 배우고 있다. 2008년 저속으로 짜 먹는 방식의 원액기를 처음 선보인 휴롬은 지난해 매출 1700억 원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00억 원. 현재 41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 중국에 별도의 법인회사가 있다. 7월에는 중국 투먼(圖們) 시에 2만5000평 규모의 제조공장이 완공된다. 》
○ 기술만이 살길

16일 경남 김해시에 있는 원액기 제조업체 휴롬 본사에서 김영기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설계팀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휴롬 제공
16일 경남 김해시에 있는 원액기 제조업체 휴롬 본사에서 김영기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설계팀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휴롬 제공
성공의 바탕에는 연구개발에 ‘목숨’을 거는 김 회장의 고집이 깔려 있다. 16일 찾은 본사 3층에는 회장실과 나란히 설계팀, 신뢰성실험실, 3차원(3D) 프린트팀 등 각종 연구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직원 250명 중 연구인력이 70명이다. 순이익의 20%를 연구개발비로 쓴다. 원액기로 만들 수 있는 각종 주스 제조법을 연구하는 인력도 따로 뒀다. 현재 인제대와 산학협력으로 원액기와 믹서로 만든 주스의 영양소 파괴 정도를 연구하고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한 특허만 38개다.

휴롬은 1974년 전자부품 및 주방기구업체인 판정정밀로 시작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김 회장은 잠시 대기업에 TV 부품을 납품하다 사업을 접었다. 자신의 기술을 온전히 적용할 완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 서구에서는 건강과 환경이 화두였다. 녹즙기와 음식물처리기가 떠올랐다. 그때부터 김 회장은 분쇄기 역할을 하는 스크루 개발에 몰두했다. 1993년 칼날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스크루 기술로 녹즙기를 내놓았다. 그런데 악재가 터졌다. 출시 1년 만에 타 회사의 녹즙기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사람들은 녹즙기를 ‘독(毒)즙기’라고 부르며 외면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1999년 여러 기능을 추가해 ‘오스카 만능녹즙기’를 선보였다. 쏟아지는 유사품에 일일이 소송으로 대응했지만 저가 상품에 밀리기 시작했다. 눈을 돌려 2005년 음식물을 지그시 짜내는 저속압축 방식의 음식물처리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 “휴롬을 밥솥처럼”


휴롬 원액기는 녹즙기에 들어갔던 스크루 부품과 음식물처리기에 쓰였던 저속압축 방식을 접목한 것이다. 숱한 실패가 발명품을 낳은 셈이다. 홈쇼핑에서 ‘대박’ 상품이 됐다. 집에서 휴롬을 사용해보던 배우 이영애 씨는 지난해 흔쾌히 광고모델로 나섰다.

독특한 기술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지만 김 회장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나온 휴롬 ‘짝퉁’(가짜제품)이 벌써 10종을 넘는다. 다른 국내 업체들도 원액기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위기를 헤쳐 가는 유일한 길은 기술뿐”이라고 말했다. ‘발명하는 사람은 굶어죽고 정작 돈은 애먼 사람이 번다’는 속설을 뒤집어보고 싶다고 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휴롬 제품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은 석 달 안에 출시하겠다는 목표로 이유식과 스무디를 만들 수 있는 원액기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원액기를 고급화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도 개발 중이다. 대용량 원액기를 개발해 과일주스 프랜차이즈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의 목표는 세계인이 하루 식사 중 한 끼는 휴롬 원액기로 해결하는 것이다. 휴롬 원액기를 부엌 필수품인 밥솥처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직원들과 협력업체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기술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건 사람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올해 초 직원들에게 연말 성과급 1000%를 약속했다. 지난 3년간 휴롬 직원들의 연봉은 평균 20%씩 올랐다. 김 회장은 “성과급 1000%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고급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직원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1974년부터 거래해 오던 협력업체들은 끝까지 함께한다는 게 김 회장의 원칙이다.

김해=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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