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미 FTA 발효 D-2]日-獨 제조업체 FTA 찾아 한국行… 일자리도 몰고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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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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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계시장 잇는 ‘FTA 허브’로… 외국기업들 투자 러시

일본 섬유업체 도레이첨단소재는 최근 경북 구미시에 2020년까지 총 1조3000억 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도레이의 대규모 투자 배경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세계 주요 수출시장에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기 쉽고 한미, 한-유럽연합(EU) FTA를 통한 비관세 혜택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EU,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한국을 중심으로 자전거 바퀴살처럼 관세장벽 없이 세계시장이 연결되는 ‘FTA 허브’가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국의 직접투자(FDI)가 이어지고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다시 공장을 국내로 옮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은 일자리 창출에 가장 긍정적인 변화다.

○ 독일, 일본 기업 잇단 한국행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6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해외상무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깜짝 놀랐다. 지난해 1년 동안에만 독일 기업들의 대한(對韓) 직접투자가 15억 달러나 몰려 전체 누적 투자액(64억 달러)의 약 4분의 1에 달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유럽 국가의 투자는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 효과가 컸지만 이것만으로는 일본과 중국의 FDI 증가세까지 설명할 순 없다”며 “15일 발효되는 한미 FTA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토에서 조달한 원재료로 한국에서 완제품을 만들면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기 수월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미국, EU, 동남아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중국, 일본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일본의 한국 투자는 이 같은 FTA 효과 외에 지난해 대지진으로 막대한 생산 차질을 빚자 부품·소재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진 염려가 거의 없고 전기요금도 싼 한국에 생산거점을 두려는 이유도 한몫했다.

곧 협상이 시작될 한중 FTA에 대한 외국인투자가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강성천 지경부 투자정책관은 “세계 정치의 역학 구조상 미국-중국, EU-중국 간 FTA가 조만간 체결될 가능성은 별로 없는데 한국은 중국 경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 데다 한중 FTA 협상이 예정됐다는 점에서 외국 자본이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자리와 공장이 온다

지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신고를 마친 유럽과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들은 인수합병(M&A)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그린필드형 투자’(용지를 사들여 공장을 새로 짓는 투자 형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필드형 투자는 기존 인력을 승계하는 데 그치는 M&A와 달리 시설 공사부터 생산, 관리에 이르기까지 인력을 새로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를 받는 국가로선 최상의 방식으로 통한다.

외국 투자기업만이 아니다. 값싼 생산기지를 찾아 중국 등지로 떠났던 한국 중소기업도 생산설비를 국내로 다시 옮기거나 국내 생산물량을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견 신발 제조업체인 트렉스타는 올해 4월 중국 톈진(天津)공장 두 곳 중 하나를 폐쇄하고 부산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낮은 인건비를 보고 1991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연간 500만 켤레를 생산한 이 회사는 최근 중국 내 생산량을 200만 켤레로 확 줄였다. 중국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사업 초기 월 8만 원에서 최근 43만 원으로 뛴 데다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가 갈수록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신발 품목별로 최대 20%의 비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미 FTA를 활용하려는 목적도 컸다.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는 “수출물량의 30%가 미국에 집중돼 있어 평균 10% 이상 비관세 혜택을 받으면 상당한 수출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에 재봉기 제조공장을 둔 A사도 FTA 효과를 발판으로 미국, 유럽 수출을 늘리기 위해 U턴을 고려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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