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쇼크 1년, 한국은…]對日 석유-부품수출 100%이상 껑충… 무역적자 21%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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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는 국내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진이 발생한 일본 간토(關東) 지방에 몰린 석유정제 시설 및 부품소재 공장이 상당수 파괴되면서 일본 기업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산 제품 수입을 크게 늘린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한국의 대일(對日) 무역적자는 286억4000만 달러(약 32조 원)로 2010년보다 21%가량 감소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도 수출 물량 급감에 따라 일본으로부터의 부품소재 수입을 줄이면서 대일 무역적자는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대일 수출이 늘면서 적자도 줄었다는 점에서 과거와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박기임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엔고(高)로 일본 기업들이 해외 아웃소싱을 늘리는 분위기에서 대지진이 한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 연료 부족과 침체된 분위기도 한몫

지난해 일본 수출이 늘어난 항목을 보면 휘발유와 경유 등의 석유제품이 86억200만 달러로 2010년보다 139% 증가했다. 대지진의 진원지에 인접한 이바라키 현 등에 있는 석유정제시설이 파괴된 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일본 정부가 원전 가동을 상당수 중단하면서 산업용과 가정용 연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철강 및 부품, 기계 등도 금액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증가폭은 컸다. 지식경제부가 분류한 ‘162개 주요 대일 소재부품 교역 품목’ 중 차량용 연료펌프(681%), 조선용 후판(214%), 유리섬유(170%) 등이 대표적이다.

또 원전 사고로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한국산 농수산물의 수출도 늘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굴 등의 수출은 각각 64%와 42% 증가했다. 농식품부 측은 “가격이 싸서 일본의 서민용 맥주로도 불리는 ‘제3맥주’(맥아 비율이 낮은 맥주)도 수출이 43% 증가하는 등 침체된 일본 사회의 분위기도 대일 수출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 ‘구조적 변환점’ 될지 올해가 관건


정부와 산업계는 지난해 대일 무역수지 적자 감소가 지진에 따른 일시적 ‘반사이익’으로 끝날지,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환점’이 될지는 올해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우선 일본의 석유정제시설이 올해부터 정상 가동을 시작하면 한국산 휘발유와 경유 등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실적을 올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부품소재 및 기계 분야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에는 일본 기업들이 지진이라는 비상상황에서 한국산 부품들을 구매했더라도 한국 제품의 가격 대비 품질을 경험한 일본 기업들이 향후 주문량을 지속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본 생산시설의 파괴로 수입이 어렵게 되자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를 시도한 것도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윌테크놀로지는 100%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비메모리 반도체 검사장비를 지난해부터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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