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레미콘-건설회사’ 갈등 봉합… 시멘트 t당 7만3600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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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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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6500원案서 물러서… 레미콘 가격 조정만 남아
시멘트업계, 구조조정보다 가격협상 반복 가능성

시멘트 회사들의 가격인상에 레미콘 업계가 조업 중단으로 맞서면서 불거진 ‘시-레-건’(시멘트-레미콘-건설회사) 갈등이 일단락됐다. 당초 t당 7만6500원으로 올리겠다던 시멘트 업계가 6100원만 오른 7만3600원으로 한 발 물러섰고, 이를 레미콘과 건설업계가 수용한 것이다.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조합 이사장은 “5일 밤 레미콘 업계가 이 같은 시멘트 가격인상안을 최종 수용했다”며 “시멘트 가격이 확정됐으니 건설업계가 시멘트 가격인상분 등을 반영한 레미콘 가격을 조정하는 단계만 남았다”고 6일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도 유사한 갈등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시멘트 시장을 과점(寡占)하고 있는 7개 회사가 만성적인 적자를 감수하며 버티다 이번처럼 가격협상으로 손실을 일부 만회하려는 사이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는 평균적으로 2008년 매출액의 2.6%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냈다. 당시 조업 중단 끝에 가격을 올려 시멘트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09년 5.7%로 반짝 호전됐지만 2010년과 2011년 다시 적자로 추락했다.

시멘트 업계가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수요자인 건설업계가 가격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멘트 회사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건설회사 외에도 판매처가 많아 정상적인 가격협상이 가능하지만 시멘트 회사들은 건설업계가 유일한 판로이기 때문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택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공사 물량이 줄면서 시멘트 소비량 자체가 크게 줄고 있다는 점은 근본적인 문제다. 2000년대 초반 연간 약 6000만 t에 이르던 소비량이 지난해에는 4465만 t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시멘트를 주 원료로 하는 레미콘 업체들 역시 내수시장이 축소되면서 이익이 줄자 시멘트 가격인상에 조업 중단으로 맞서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조경진 산업은행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장이 포화되면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가 수익성을 회복하는 게 일반적인데, 시멘트 업계는 달랐다”며 “2006년 라파즈한라가 가격인하 경쟁에 들어갔지만 7개 회사가 모두 살아남아 다 함께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시멘트는 제품 특성상 수출도 쉽지 않다. 제품이 무거워 물류비용이 워낙 큰 데다 수입 업체로서도 건조시설을 갖춘 대형 저장시설을 보유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시멘트 업계가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멘트 산업은 장치산업인 만큼 철수하면 시설투자비 손실이 크기 때문에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는 게 시멘트 회사들의 주장이다.

향후 시멘트 업계가 다시 한 번 부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구조조정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시멘트 회사 관계자는 “통일은 아니더라도 우선 북한 개발사업이 이뤄지면 국내 시멘트 업계가 큰 호황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에 일부 회사는 다른 사업으로 적자를 메우면서도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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