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들 “신성장동력 새돌파구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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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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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체 탈출 틈새찾기 안간힘

동양그룹은 지난해 11월 화력발전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동양시멘트와 건자재 회사인 동양메이저(현 ㈜동양)를 뿌리로 성장한 회사가 내놓은 신(新)성장동력치고는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유 있는 선택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유연탄을 다루던 기존 시멘트 산업의 노하우를 살리면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틈새가 무엇일지 찾다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골몰할 때, 오히려 대체에너지가 정착하기 전 단계인 화력발전을 신성장동력으로 택한 것이다.

건설이나 레미콘, 시멘트 산업 등을 주력으로 하다 성장이 정체된 중견그룹들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틈새’를 노리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과 똑같은 분야에서 경쟁해서는 쉽게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태양열 분야를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삼은 대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한화 등 대기업이 이미 뛰어든 태양광처럼 경쟁이 치열한 분야보다는 틈새 에너지 시장을 노려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태양열 발전시스템 준공식에서 “태양광은 이제 레드오션이 됐지만 태양열 발전은 아직 기회가 많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성그룹은 이 밖에 정보기술(IT), 풍력발전 사업 등에도 뛰어들어 본격적인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화학과 건설 분야가 주력산업인 이수그룹은 이수앱지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희귀질환 바이오 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삼성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상 희귀질환 같은 특수 분야로 파고들자는 계획인 것이다.

아주그룹 역시 원래 주력사업 분야는 레미콘, 아스콘 등 건자재였지만 최근 들어 금융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건자재 사업은 중소기업 업종 침해 등의 문제까지 맞물려 있다”며 “중견그룹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그룹인 유진그룹 역시 모기업 격인 유진기업이 레미콘시장 1위이지만 건설경기 부진과 최근 원재료 가격 인상을 둘러싼 시멘트, 건설업계와의 갈등까지 겪으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중견그룹들의 신성장동력을 두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신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재계 순위 50위권의 한 그룹 관계자는 “시장성이나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두고 ‘사실상 도박’이라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강한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견그룹들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분야로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유행을 따라가거나 무작정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기존 산업의 장점을 최대한 잘 살리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세심하게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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