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中 ‘외국차 죽이기’ 본격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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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차 조달 가이드라인 개정… 해외자동차사 참가 원천 봉쇄

중국 징지관차(經濟觀察)보는 5일 중국 관용차 시장의 동향을 보도하면서 ‘완전무결한 살인동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관용차 조달 가이드라인 개정안(시안)에 대해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용차 조달 시장에서 외국 업체를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의도”라며 ‘외국차 죽이기’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지만 관용차 조달에서 외국 자동차 메이커나 합작 자동차 메이커를 완벽하게 배제하는 것을 의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관용차 시장의 규모는 대략 400만 대로 추정된다. 매년 30만∼60만 대의 교체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달 가이드라인은 배기량 2000cc 이하, 가격 25만 위안(약 4400만 원) 이내이다.

개정안은 이를 배기량 1800cc 이하, 가격 18만 위안(약 3200만 원) 이내로 내렸다. 이 조건에 맞는 모델은 중국의 중대형 자동차시장을 장악한 해외 자동차 메이커의 제품 중에는 거의 없다. 또 조달에 참가하려면 최근 2년 내 중국 내 자동차 연구개발 비용이 전체 매출액의 3%보다 낮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되면서도 외국 기업들이 중국 국내에서 연구개발에 더욱 나서도록 강제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안인 셈이다. 현재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이나 혹은 합작회사들은 대부분 이미 자국에서 개발한 자동차 모델을 중국에 들여와 생산 판매하고 있어서 연구개발비용으로 지출하는 게 미미하다.

중국 당국은 이런 세 가지 조건에 맞는 25개 메이커의 모델 412개를 조달 대상 목록으로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모두 자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제품이다.

중국 관용차 시장의 3분의 1을 휩쓸어온 독일 아우디사 등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상회는 최근 중국 정부에 강력 항의했다고 징지관차보는 전했다. 중국 측은 개정안이 WTO 표준에 위배되지만 않으면 가이드라인에 맞게 조달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다. 하지만 중국 자국업체의 품질문제 때문에 개정안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베이징현대 관계자는 “베이징현대의 경우 관용차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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