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유가-물가 ‘新3高’ 조짐 보고도… ‘정책함정’에 빠진 당국

  • Array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원화가치 상승(환율은 하락)과 국제유가 오름세, 유가에 연동된 국내물가 상승이라는 ‘삼중고(三重苦)’가 한국 경제를 짓누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가, 물가 상승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라는 경제 외적인 원인에서 발생한 데다 정부 개입을 통한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어 정부로선 손발이 묶인 형국이다. 아직은 삼중고가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3고 현상’이 점차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때를 놓치면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 원화가치, 유가 거침없는 상승세


2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15.5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보였다. 1월 9일 기록한 연중 최고점(1163.6원)보다 50원(4.1%)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그만큼 원화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투자은행(IB)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돼 연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1040∼107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제 자본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한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0조 원어치를 순매수했고, 한국 채권에도 3조2000억 원가량 순투자했다.

원인만 보면 긍정적 신호지만 원화가치 상승은 한국 상품의 국제가격을 높여 수출에 부담을 주고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 실제로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 감소했고, 그 영향으로 무역수지는 20억33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2월엔 수출이 회복되고 무역수지가 21억98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고삐 풀린 듯 상승하고 있다. 2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2.25달러로 지난해 말 104.43달러보다 17.1% 상승했다. 2월 중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지만 공업제품은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4.7%나 올랐다.

○ ‘신(新)3고’ 조짐에도 정부 대응 난감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유류세 인하 압력이 강해지고 있지만 유류세를 깎아줄 경우 소비가 더 늘고, 관련 세수(稅收)는 급감할 수 있어 섣불리 카드를 꺼내 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물가에 대해서는 알뜰주유소 확대, 설탕 직수입 등 대응방안을 내놓지만 가격 상승 자체를 멈추기엔 역부족이다.

환율과 관련해선 정치적 고려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섣불리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올리려다간 국내 물가가 상승해 ‘물가 안정’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겠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을 거스르게 된다. 현 정부 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로 고환율 정책을 폈다가 물가가 급등해 사면초가에 몰렸던 경험도 정부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환율 하락을 계속 용인하다가는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무역수지가 더 나빠질 수 있다. 게다가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양적완화 등에 나서면서 원-엔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지금 정부는 환율과 관련해 어떤 카드도 내놓기 어려운 ‘정책 함정’에 빠진 상황”이라며 “4·11총선 전까지 이런 기조에 큰 변화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