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자동차ㆍ섬유 “때가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1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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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ㆍ정유 "별 영향없다"..중소기업계는 기대ㆍ우려 교차

자동차, 섬유, 항공 등 국내 일부 업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철폐돼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자, 정유, 건설 등은 이미 무관세가 시행중이거나 교역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자동차, 섬유, 항공은 수혜 기대=한미 FTA 발효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업종으로 자동차를 꼽을 수 있다 승용차의 경우 2015년까지 2.5%의 미국 수입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8%의 한국 측 관세는 4%로 줄어들며 2016년부터는 양측 전 차종에 대한 수입 관세가 철폐된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계는 2.5%의 미국측 관세가 4년간 유지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급격한 수출 및 판매 증대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고 있지만 2016년 미국수입 관세가 없어지면 판매가를 낮출 수 있어 대미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완성차업계는 아울러 협정이 발효되면 대미 통상 마찰이 감소하고 현지 소비자들의 한국차에 대한 인지도가 더 높아져 장기적으로 판매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품의 경우 2.5-4%의 미국 관세와 최대 8%인 한국측 관세가 바로 없어지는데 이로 인해 국내 부품업체들의 대미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 진출한 미국산 차들도 곧바로 한국측 수입 관세가 4%로 축소되고 2016년부터는 폐지됨에 따라 판매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섬유산업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섬유분야에서 평균 13.1%(최대 32%)의 관세가 폐지돼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세 폐지로 일본, 중국, 인도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커져 대미 수출이 늘어나고 인건비가 비싸진 중국을 대체할 곳을 찾는 미국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눈길을돌릴 가능성도 크다.

섬유산업연합회는 15년간 연평균 4800억원의 생산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신규 투자, 고부가 섬유 개발 등에 힙입어 국내 업체의 신규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섬산련 관계자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대미 섬유교역의 증대에 따른 국산 섬유류의 브랜드 가치 제고, 미국 통관절차 신속화, 한미 양국 간 기술 협력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한미간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면 물동량 증가로 이어져 영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최근 B747-8F 등 화물 적재량이 큰 최신형 항공기를 구입한것도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로 화물 물동량이 크게 증가할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도 2010년 애틀랜타, 2011년 마이애미와 포틀랜드에 화물기를 신규 취항해 일찌감치 미주 화물 노선망을 강화했다.

또 한미간 인적 교류 증가에 대비해 올해 안에 인천~하와이, 인천~시카고, 인천~시애틀을 포함한 6개 미주 여객 노선 전부를 매일 운항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해운업계도 아시아~미주 사이의 해상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미국산 농산물이나 이를 원료로 쓴 제품의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공 포도주스(100%)는 현재 관세율이 50%지만 관세가 즉시 철폐되며 주스용 냉동 원액 역시 50%의 비율로 적용되는 관세가 즉시 없어진다. 체리(24%)와 건포도(21%), 아몬드(8%)도 관세가 없어진다.

오렌지와 포도는 국산 과일이 출하되지 않는 시기에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진다.

포도(45%)는 10월16일부터 다음해 4월30일까지 기간에 대해 5년에 걸쳐 관세를철폐하며 오렌지(관세율 50%)는 3¤8월에 6년간 점진적으로 관세가 없어진다.

건설업계와 정유업계, 철강업계, 전자업계 등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는 공공 조달시장이 1997년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으로 이미 개방됐고 민간투자 시장도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에 근거해 문을 열었다는 이유로 무덤덤하다.

정유업계는 미국과의 교역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철강업계는 이미 무관세가 시행중이라는 이유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는 이미 휴대전화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고 TV의 경우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한미 FTA 발효와 무관하다.

금융시장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외환위기 등으로 이미 빗장이 풀린 상태이기 때문에 금융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들, 기대, 우려 교차=중소기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자동차 부품, 중공업 분야 등 수출 중소기업에서는 이번 협정이 판로 개척에 큰 도움이 되리라 낙관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대미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2년 25%에서 2010년 10.2%까지 떨어진 이유를 '가격 경쟁력 저하'로 분석하고 있는데, 관세가 철폐되면 이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해외 수출 상위 5개 품목은 집적회로반도체, 합성수지, 자동차부품, 선박, 플라스틱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산업발전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국가들과는 교역에 한계가 있는 제품"이라며 "FTA는 미국시장 진출을 통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영세 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경영 사정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측은 "FTA는 수출 대기업을 위해 자영업을 희생하는 것"이라며 "생존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은 미국 대형 업체들이 시장에 침투한다면 더욱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를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경제 현실에서 FTA는 우리 중소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 부품, 섬유, 전기ㆍ전자 등의 중소기업들이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의료기계, 화장품, 제약, 서비스 산업 등에서는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충실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자영업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보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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