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사, 대기업 앞 ‘乙의 비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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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등 7곳 올리고 10곳 내릴때
등급상향 건수가 하향의 3.4배

지난해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낮췄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되레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국내 신평사들에 등급을 올리도록 압박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자본시장연구원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의 신용등급 ‘상향 대 하향 비율’은 3.4로 집계됐다. 상향 조정 건수가 하향 조정보다 평균 3.4배 많았다는 뜻이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 신평사는 같은 기간 한국 기업 7곳의 신용등급을 올리면서 10곳의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했다.

특히 국내 신평사들의 평가 대상 가운데 우량등급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A등급 이상으로 평가된 기업의 비율은 2008년 54.8%에서 2009년 60.6%, 2010년 70.5% 등으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신평사는 한국 기업에 절대 ‘갑’이지만 국내 신평사는 ‘을’이다”라며 “국내 신평사들이 신용등급 강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전에 신평사와 접촉해 더 좋은 등급을 주기로 한 신평사와 계약하는 ‘신용등급 쇼핑’은 이미 관행처럼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평사들은 신용등급 상향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가 한꺼번에 신평사를 압박하며 자신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다음 계약에서 배제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평사가 기업의 압박에 굴복해 객관적인 평가를 못하면 해당 평가를 믿고 회사채를 산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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