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IMF 유로존 구제금융’ 재원 공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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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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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구제금융을 위해 5000억 달러의 재원을 확충하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계획에 참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차관들은 지난달 멕시코에 모여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이달 말 있을 재무장관 회의에서 더 구체화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IMF에 출자금을 수차례 내왔다. 하지만 이번 재원 확충은 한국에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유럽 국가들이 실권을 쥐고 있는 IMF로부터 1997년 구제금융을 받았던 한국이 유럽을 지원하는 것으로 위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 한국, 재원 공여 면밀 검토

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일단 유로존 지원을 위한 IMF의 재원 확충에 대체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IMF에 돈이 더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며 “아직 한국이 뚜렷한 입장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지만 재원 확충에 대한 국제사회의 컨센서스(의견일치)가 형성된다면 여기에 발맞춰 나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이 IMF에 재원 공여를 하게 되면 유럽 경제위기로 인한 한국 경제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이 높아진다는 점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IMF 지분은 1.41%로 세계 18위다.

그러나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결국 국고(외환보유액)에서 나가게 되는 만큼 재원 확충의 규모나 조건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IMF에 재원 공여를 하더라도 우리 외환 사정이 급할 때 바로 인출할 수 있고, 공여분을 우리의 외환보유액으로 인정해 준다는 조건이 따라야 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 선진-신흥국 견해 팽팽

IMF의 ‘파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견은 서방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양분돼 있는 형세다. 비(非)유럽 국가인 미국과 캐나다는 일찌감치 재원 마련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IMF의 주된 목적은 ‘부유한 나라가 아니라 가난한 나라를 돕는 것’이며 유럽이 먼저 위기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경제권은 이 기회에 IMF 지분을 더 높이고 국제사회에서의 목소리도 키우길 바라고 있다. IMF도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한 브릭스 국가나 중동 산유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바라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가 넘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많은 나라가 유로존 문제 해결을 위해 IMF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만약 대부분의 국가가 재원 확충에 동의한다면 글로벌 경제 공조에 많은 역할을 했다고 자평하는 현 정부로서는 참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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