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현금이 듬뿍! 스마트폰 이젠 전자지갑

  • Array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전화번호만 알면 상대방에게 송금하고 자동화기기(ATM) 출금도 가능
전자쿠폰 발급·버스카드 처럼 결제되는 등 각 은행마다 특화 서비스 제공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주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었다. 모임이 끝나고 A 씨와 친구들은 각각 일정금액의 술값을 B 씨에게 몰아주기로 했다. 마침 그의 지갑에는 현금이 거의 없었지만 A 씨는 여유 있게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스마트폰에 있는 전자지갑 기능을 통해 B 씨에게 돈을 송금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B 씨의 계좌번호를 알 필요도 없었다. 단지 B 씨의 전화번호만 스마트폰에 입력하면 됐다.

최근 은행들이 전자지갑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시작하면서 달라진 시대상이다. 만약 이 서비스가 정착되면 굳이 지갑에 현금을 채워 넣고 다닐 필요가 없다. 필요한 돈은 스마트폰에 넣으면 된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4월 ‘모바일 머니’라는 전자지갑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으며 최근 신한은행의 ‘ZooMoney(주머니)’와 하나은행의 ‘하나 N 월렛(Wallet)’이 거의 비슷한 시점에 나왔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서비스의 내용이나 약관이 조금씩 다르지만 주된 기능은 대체로 비슷하다.

A 씨의 사례와 같은 송금 기능은 전자지갑의 가장 핵심적인 서비스다. 지금까지는 인터넷 뱅킹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여러 가지 비밀번호를 누르고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기존의 휴대전화기로 하던 모바일 뱅킹도 공인인증서, 계좌번호를 쓰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자지갑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면 된다. 마치 문자메시지를 보내듯 간편하다.

이용 절차도 간단하다. 우선 각 은행의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내려받고 약관 동의절차를 거쳐 본인 인증을 받는다. 단 신한은행 ‘주머니’와 기업은행 ‘모바일 머니’는 서비스 파트너인 KT의 홈페이지 또는 통신망에 회원가입이 돼 있어야 한다.

다음은 전자지갑에 사용할 돈을 넣는 것, 즉 현금 충전이다. 해당 은행에 계좌를 가진 고객이면 바로 전자지갑 앱을 통해 충전할 수 있다. 계좌가 없다면 자신이 거래하는 다른 은행에서 전자지갑 회원가입을 할 때 만든 가상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된다. 일반적인 타행 계좌이체와 방법은 같다.

만약 돈을 받는 사람이 전자지갑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돈을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 받는 사람의 스마트폰엔 “OO님이 OO원을 보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뜬다. 받는 사람이 이 메시지를 받고 해당 전자지갑 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돈을 받아 쓸 수 있다. 이런 송금기능을 잘 활용하면 A 씨처럼 음식값을 같이 지불할 때뿐 아니라 여럿이 선물을 사거나 경조사비를 대신 부탁할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또 전자지갑에 충전된 돈은 해당 은행의 자동화기기(ATM)에서 언제든지 ‘진짜 현금’으로 출금할 수 있다.

은행들은 전자지갑에 결제기능도 부여했다. 아직은 대상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일부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자지갑 앱을 통해 물건을 사고 대금을 낼 수 있다. 일부 은행은 먼저 전자지갑 앱을 통해 전자 쿠폰을 산 뒤 매장에 가서 그 쿠폰을 보여주고 상품을 받는 선불 서비스도 제공한다. 은행들은 전자지갑의 결제대상을 앞으로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 앞으로는 편의점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대형마트 등이 가맹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결제기능이 보편화되면 소비자들은 소액 구매를 위해서는 신용카드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

전자지갑으로 송금하거나 결제한 내용은 자동으로 앱에 보관된다. 현금 지출 내용이 일일이 기록되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바로 가계부 역할을 할 수 있고 자녀의 용돈관리도 쉬워진다. 다만 전자지갑 서비스는 만 14세 이상 본인 명의로만 이용이 가능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충전 한도도 50만 원 이내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고액 송금이나 결제에는 적합지 않다.

전자지갑 서비스에는 은행마다 특화된 기능이 있다. 하나은행 ‘하나 N 월렛’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돈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하는 ‘주세요’ 기능을 구현했다. 당장 현금이나 충전한 돈이 없어 곤란해졌을 때 유용하다. 신한은행 ‘주머니’는 버스카드를 단말기에 대듯이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출금이 되는 ‘NFC 결제기능’을 마련했다. 기업은행 ‘모바일 머니’는 KT 가입자의 휴대전화 요금을 전자지갑 앱을 통해 납부할 수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