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委 ‘협력이익배분제’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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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제 취지 살리되 “자율 중시” 구체방안 빠져
中企 “알맹이 없다” 비판

대기업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익공유제가 내년부터 ‘협력이익배분제’라는 이름으로 도입된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지난해 초 내놓았던 대기업-중소기업 간 이익공유 구상이 1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방안이 모호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동반성장위는 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제13차 회의를 열어 내년부터 ‘협력이익배분제’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9명의 대기업 대표 가운데 포스코, LG전자, 현대중공업 외 6명이 참석했다. 대기업 대표들은 이익공유제를 도입하려는 동반성장위에 반대하며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회의에 불참했었다.

협력이익배분제는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과 이익을 나눠 갖자는 취지는 기존의 이익공유제와 같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이 포함돼 있지 않은 개념이다. 동반성장위 측은 “‘이익공유’라는 말 자체에 대한 대기업의 반발을 고려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율을 중시한다는 동반성장위의 취지에 따라 실행방안도 삭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는 협력이익배분제를 최대한 권장하기 위해 이를 시행하는 대기업에는 동반성장지수를 산출할 때 가점을 주기로 했다. 협력이익배분제 외에 성과공유제를 실시하거나 동반성장 투자재원 조성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대기업에도 가점을 줄 예정이다. 정운찬 위원장은 “협력이익배분제는 대기업이 협력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기업성장의 선순환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제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통과시킨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대기업과 협력사 간 공동 협력으로 발생한 협력사업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협력이익배분제가 시장에 잘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알맹이 없는 단어상의 타협”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김승일 중소기업중앙회 선임연구위원은 “타협하기 힘든 문제를 용어를 바꾸고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면서 타협한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동반성장위는 또 이날 회의에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동반성장위에 ‘인력 스카우트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스카우트 문제를 둘러싼 대·중소기업 갈등을 심의·조정·중재하도록 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창조적 동반성장 모델을 내놓게 됐다”며 “첫 시작이니만큼 앞으로 조정과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협력이익배분제·이익공유제·성과공유제 ::


협력이익배분제는 지난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들고 나온 이익공유제보다 느슨해진 개념이다. 기존의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익을 생산단계의 모든 협력업체와 나누자는 큰 틀에서 △목표를 초과한 순이익을 나누는 방식(목표초과 이익공유제) △최종단계의 판매수입을 나누는 방식(판매수입〃) △순이익을 나누는 방식(순이익〃) 등의 구체적인 방법론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협력이익배분제는 어느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는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자체적으로 협약을 맺어 정하도록 했다. 한편 성과공유제는 상생협력법에 따라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대기업이 특정 협력사와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성과가 발생하면 이를 나누는 방식. 동반위의 이익공유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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