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前신한지주 사장 “금융사 CEO는 2회 연임이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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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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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훈 前신한지주 사장 사퇴 후 첫 인터뷰

신상훈 전 사장은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금융회사에는 주인이 있을 수 없으며 주인이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신상훈 전 사장은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금융회사에는 주인이 있을 수 없으며 주인이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제가 더 일찍 물러났어야 했습니다. 신한금융 사장을 안 했더라면 이런 일(신한 사태)은 없었을 텐데….” 신한금융 내분 사태로 2010년 12월 물러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64)이 불명예 퇴진 후 처음으로 언론에 말문을 열었다. 성균관대 경영학부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신 전 사장은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번째 신한은행장 임기를 마친 2009년 초 금융인 인생을 마무리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1982년 신한은행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신한은행장을 연임하고, 이후 신한금융 사장을 지내다 2010년 9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의 내분이 터지면서 그해 말 퇴진했다. 이 전 행장이 신 전 사장을 부당대출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 전 사장은 유독 한국 금융지주그룹에서 지배구조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주인의식에 대한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은 ‘주인처럼 일하라’는 뜻이지 ‘내가 주인’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주인의식에 매몰되면 회사의 성장을 ‘내 덕분에 생긴 결과’라는 자기최면에 빠져 임기를 늘리려는 욕심이 커진다”고 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에서 사장을 두지 않는 등 ‘2인자 실종시대’를 맞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신 전 사장은 “사장직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원 2만 명이 넘는 금융지주에서 회장이 모든 사안을 챙길 수는 없다”며 “회장이 사장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금융지주 사장은 로봇이 될 수도, 충실한 조언자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임기에 대해 “단임으로 끝나면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없으며 조직원들도 ‘저 사람은 곧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해 업무 추진력이 붙지 않는다”며 2회 연임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회 이상 연임을 시도하면 ‘저 사람도 CEO를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 조직이 내분에 휩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주를 하면 인사 적체로 내부 불만이 쌓인다는 것이다.

그는 CEO 임기를 마친 사람은 회사와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며 1990년대 상업은행장을 지낸 뒤 후임 행장의 고문 위촉 제안을 “회사에 폐를 끼친다”며 거절한 정지태 전 행장의 얘기를 소개했다.

한편 신 전 사장은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취임 후 선언한 대로 탕평인사를 펼쳤으면 한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비서 등 이른바 ‘신상훈 측’ 인물로 분류된 사람들이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로 지내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대부분 가장 열심히 일할 4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손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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