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신용등급 강등 충격 일단 선방했지만… 향후 3가지 변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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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EFSF마저 신용강등땐 경기침체 가속도
② 과도한 재정긴축 매달리면 유로존 침체 부추길 우려
③ 독일, 국채매입 더 늘리면 2~4월 고비 넘길 수 있어

유럽 9개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알려진 뒤 첫 거래일인 16일 코스피는 16.41포인트(0.87%)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6.40원 상승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은 외풍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표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더라도 유럽 재정위기는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2∼4월에 집중된 까닭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위기의 해소 또는 악화가 한두 달 내에 결정될 수 있다”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신용등급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기침체 △독일의 대응 등을 유럽 위기 전개의 3대 변수로 꼽았다.

이날 코스피가 유럽 9개국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하락폭이 16포인트에 그친 것은 유럽 주요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재료로 받아들여진 때문이다. 유럽 위기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은행권들도 상황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외화자금을 상당히 확보해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6개 은행이 지난해 12월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 차입금을 연장한 비율(차환율)은 120.3%로 전달 차환율보다 24.4%포인트 늘었다. 이는 이미 빌려둔 자금 가운데 만기도래한 자금을 대부분 연장했을 뿐 아니라 추가로 외화자금을 빌려왔다는 뜻이다.

만기가 1년 이상인 중장기 차입금의 만기연장비율도 지난해 12월 기준 174.4%에 이르렀다. 만기가 길어서 은행들이 비교적 여유 있게 굴릴 수 있는 자금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의 외화자금 사정이 양호한 편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만큼 차입 여건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상태로 계속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많다. 2∼4월 유럽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만기가 집중된 상황에서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해법을 더 미룰 수 없는 막바지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우선 EFSF 신용등급이 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가르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EFSF는 유럽의 AAA 신용등급 국가들의 보증을 기반으로 4400억 유로(641조8016억 원) 규모의 대출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EFSF는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신용등급 하락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어느 쪽이든 시장에는 악재다.

신용등급 강등이 유로존 경기침체를 부추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럽 위기의 근본 문제는 유로존 국가 간 경쟁력 격차와 대외 불균형에서 발생했는데도 이를 두고 과도한 재정긴축에만 매달리면 경기침체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무엇보다 독일의 대응을 지목했다. 독일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국채매입 확대를 적극 수용하고 내수부양과 재정지출 확대에 나선다면 2∼4월 고비를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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