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너무 좋아… 바람난 고교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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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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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 대구 대륜고 3학년 김민준 군은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던 중 우연히 경제에 흥미를 느끼게 돼 ‘맨큐의 경제학’ 등을 읽으며 경제학을 독학했다. 김 군은 한 경제신문사가 주최한 경제경영 관련 종합시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청소년을 위한 만만한 경제학’이란 책까지 발간했다. 김 군은 “한 가지 원리로 우리 사회의 많은 상황을 설명하는 경제학이 너무 매력적이었다”며 “‘수요와 공급’ 원리는 시장 전반을 설명하는 데 적용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
대학 입시준비에도 벅찰 고교생들이 경제학 공부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고교생들의 경제학 학습 열기는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같은 경제 경영 분야 직업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 개인 학습 넘어 실력 겨루기


고교생들은 개인적 차원의 경제학 학습에 머물지 않고 각종 경시대회에 나가 자웅을 겨룬다. 투자자교육협의회가 주최하는 전국고교생 증권경시대회 응시자는 2003년 1회 901명에서 지난해 9회 때는 2807명으로 껑충 뛰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월 주관한 제8회 한국개발연구원(KDI) 전국고교생 경제한마당에는 무려 9600명의 고교생이 참가했다.

이 영향으로 고교생 경제한마당과 전국고교생 증권경시대회에 이어 각종 경제신문 주관 시험까지 고교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는 갈수록 늘고 있다. 대원외고의 ‘베리타스’, 진주고의 ‘페니키아’, 경기고의 ‘이콘’ 등 고교 내 경제동아리도 증가하고 있다.

고교생들의 경제학 학습은 학교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륜고 김 군은 경제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수학을 공부하고 ‘인과관계’의 흐름을 따져보는 습관이 생기면서 학교 성적도 쑥쑥 올랐던 케이스. 올해 서울대 자율전공학부에 수시 합격한 김 군은 3월 입학을 앞두고 ‘합리적 인간형’이라는 가정으로 성립된 기존 경제학에 반기를 든 ‘복잡계’ 경제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 ‘스펙용’이라는 지적도


고교생들의 경제학 공부 바람이 순수한 열정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 수능’으로 불릴 정도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논란에 휩싸이자 학생들이 차별화된 ‘스펙 쌓기’의 하나로 경제 관련 대회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입학사정관제가 확대 도입됨에 따라 상경계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이 대회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경제·증권 관련 대회를 겨냥한 전문학원이 성행하고 있다. 경제 경시반을 운영 중인 A학원 관계자는 “14일 KDI 경제한마당을 준비하기 위한 문제풀이 파이널 강좌가 진행 중”이라며 “보통 예비 고등학생 때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편인데 겨울방학 예비 고교생 강좌는 이미 마감”이라고 전했다. 이 강좌의 한 달 수강료는 50만 원. 학원들은 앞다퉈 수강생의 경시대회 수상 이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지나친 열기는 대회 주최 측에도 부담이다. 전국고교생 증권경시대회를 주관하는 투자자교육협의회 박병주 본부장은 “관련 학원들까지 생겼다지만 다행스럽게도 여상 출신 수상자가 나오는 등 수상자들의 폭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교수, 고교 교사 등이 머리를 맞대고 균형 있게 문제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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