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불확실성 장세땐 역시 ETF 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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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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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영리한 상품이 좋다”
2011년 한국증시 최고 인기상품은 상장지수펀드

《2012년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불확실성이 꼽힌다. 유럽 재정위기 악재는 여전한 데다 미국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로 북한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도 금융투자시장에 불확실성이라는 부담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큰 증시에서 비교적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꼽는다. 불안한 시장에서 개별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ETF는 상승장보다는 약세장에서 성적이 좋은 특성을 갖고 있다.》

○ “2012년에도 상장지수펀드 주목”

2011년 한국 증시에서 최고 인기상품은 단연 ETF였다. ETF는 지수의 오르내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인덱스펀드의 일종이다. 한국 증시에서 ETF는 지난 한 해 동안 60% 늘어 순자산 규모가 10조 원대를 넘어섰다. 성적도 양호했다. 코스피가 11.80% 떨어지는 동안 KODEX 자동차, GIANT 현대차그룹은 수익률이 10%를 훌쩍 뛰어넘었다.

ETF는 코스피200 종목이나 현대차그룹 상장사 등의 주가를 지수로 만들어 등락에 따라 수익률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KODEX 자동차는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주가를 지수로 만들고, 이 지수가 오르내림에 따라 ETF 수익률이 결정된다.

KODEX 200은 코스피 200지수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므로 사실상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변동률과 비슷해진다. 이 때문에 ETF 투자를 권하는 전문가들은 “개별 종목을 사지 말고 시장 자체를 사라”고 말한다. 해당 업종이나 전체 시장을 사기 때문에 개별 종목에 비해 폭락 위험이 작다.

ETF는 ‘더 싸고(Cheaper) 빠르고(Faster) 영리한(Smarter)’ 상품으로 꼽힌다. 펀드에 편입할 종목이 결정돼 있으므로 높은 연봉을 받는 리서치 인력이 필요 없다. 개별 종목을 자주 사고팔지도 않으므로 운용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이 때문에 고객이 내야 할 수수료가 일반 펀드의 25% 남짓에 불과하다.

일반 펀드에 가입할 때는 해당일 종가 기준이 적용되지만 ETF는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펀드 환매 때도 마찬가지다. 일반 펀드는 환매 후 돈을 받는 데 4일 정도 걸리지만 ETF는 즉시 환매할 수 있다.

ETF가 영리한 상품으로 꼽히는 까닭은 위험부담이 적으면서도 장기 투자를 하면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본부장은 “매니저를 사지 말고 시간을 사라”고 말했다. 뛰어난 펀드매니저도 수익률이 나쁠 때가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오를 ‘지수 자체’를 사라는 얘기다. 배 본부장은 “시장을 크게 초과하는 수익률은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과욕”이라며 “싼 비용으로 꾸준한 수익률을 기대하는 ETF가 개인투자자에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ETF 시장은 지난해 대비 30% 성장해 순자산 규모가 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조 원 규모의 자금이 새로 유입되고 주가 상승에 의해 1조 원 남짓 순자산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가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시장수익률의 두 배를 추구하는 레버리지ETF, 주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버스ETF에 주목하라고 권했다. 주가가 급등하면 다시 하락할 것을 예상해 인버스ETF를 사라는 것.

○ 적립식 장기투자, 노후준비에 유리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는 “한국 증시가 점차 선진국 형태로 안정되면 시장수익률을 초과할 투자대상이 드물어진다”며 “과욕을 버리고 ETF 투자로 시장수익률 정도를 노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조재민 대표는 “ETF를 이용해 노후 준비를 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매달 일정액을 적립식으로 ETF에 투자하면 노후 준비가 저절로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노후를 위한 ETF 투자는 존 보글 뱅가드펀드 설립자가 1945년 프린스턴대 박사논문으로 ETF 이론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실제 그의 이론을 따라 투자한 사람들이 은퇴 때 거액을 쥐게 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선진국에서는 ETF 투자가 보편화됐다.

ETF가 증시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약 35%이며 한국은 15% 선이다. 배 본부장은 “한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한다고 볼 때 최소 5년 이상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를 할 만하다”고 권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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