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해외투자 너무 몰려…” 한국 국채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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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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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국채시장에서 한국 국채의 인기가 상당히 높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의 주요국 국채 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외국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보유자금을 마땅히 투자할 데가 없어 우리 국채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채권시장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라진 한국 국채의 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일본의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유럽 각국이 재정위기의 늪에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하고 성장률이 높은 한국에 국제 투자가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의 한국 국채 보유 비중은 작년 말 현재 17.8%(60조9900억 원)로 3년 전인 2008년 말 7.0%(25조4000억 원)의 2.5배에 이른다. 특히 중국(10조2300억 원), 태국(9조7600억 원), 말레이시아(7조9900억 원) 등 아시아 국가의 투자는 대부분 중앙은행 몫이다.

해외에서 우리 국채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정부로서는 고민도 적지 않다. 외국 중앙은행의 한국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 외환시장에 달러가 풀려 원화가치가 급등(원-달러 환율 급락)한다. 세계경제 침체로 올해 수출 전망이 밝지 않은 현실에서 원화 강세는 한국 제품의 국제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본보 9일자 A1·B3면 참조)에서 “해외 중앙은행이 한국 국채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우리 경제에 신뢰를 보인다는 뜻에서 긍정적 신호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중앙은행들과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국가신용도 하락에 허덕이는 다른 나라들에 한국 정부의 걱정은 ‘행복한 고민’으로 비칠 것이다. 경제위기 때마다 외국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ATM(현금입출금기) 경제’라는 말까지 듣던 한국이 밀려드는 외화자금에 부담을 느껴 브레이크를 거는 것 자체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박중현 경제부 차장
박중현 경제부 차장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올해 대선과 총선에서 퍼주기 공약이 쏟아져 힘을 얻는다면 국채의 인기를 떠받치는 재정 건전성과 성장동력은 금세 훼손될 수 있다. 이런 일이 현실화돼 국채에 투자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행복한 고민은 곧바로 악몽으로 변할 수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각별히 명심할 일이다.

박중현 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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