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이라도 더 가볍게”… 車업계, 신소재 개발 동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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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BMW의 미래형 콘셉트카 ‘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차체 뼈대를 모두 알루미늄으로 제작하고 외부 판은 합성수지를 사용했다. BMW 제공
독일 BMW의 미래형 콘셉트카 ‘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차체 뼈대를 모두 알루미늄으로 제작하고 외부 판은 합성수지를 사용했다. BMW 제공
머지않은 미래에는 철강이 ‘자동차의 쌀’이 아닐지도 모른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와 철강·소재업체들은 최근 철강을 대체할 수 있는 차량용 소재 찾기에 한창이다. 기존 차체 강판을 다른 소재와 혼합해 경량화를 추구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연료소비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차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철강을 대신할 소재로 각광받는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 등은 이전까지 최고급차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중차를 만드는 업체들도 이런 신소재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단 1kg의 차체 감량을 위해 온 힘을 쏟아 붓는 완성차업체와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을 공급할 기회를 갖게 되는 철강·소재업체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며 차량용 신소재 개발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 무게 10% 줄이면 연비 3% 향상

차량 무게가 10% 가벼워지면 연비는 약 3%, 가속성능은 약 8%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자동차업체들에 차체 경량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가볍게 하면서도 강도는 유지할 수 있는 신소재가 필요하지만 높은 원자재 값과 개발비용 탓에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차업체 위주로 이런 작업이 진행돼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중차업체들이 철강·소재업체와 손잡고 신소재 활용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8일 일본 화학업체인 데이진과 자동차용 탄소섬유 소재를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데이진은 내년 초 GM 공장이 있는 미국 북부에 연구개발 거점을 설치하고 이곳에서 GM 연구진과 공동 개발을 진행한다. GM은 차체의 골격이나 보닛 등 주요 부분에 탄소섬유를 적용해 차량의 무게를 80% 이하로 가볍게 한다는 방침이다. 2015년부터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에 이 소재를 사용한다.

포스코는 지난달 일본 도요타그룹 산하 무역회사인 도요타통상과 마그네슘 판재 등 신소재 사업 상호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마그네슘은 철강보다 78%, 알루미늄보다 35% 가벼우며 주로 자동차 부품 경량화를 위한 신소재로 사용된다. 포스코는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강원 마그네슘 제련공장에서 생산되는 마그네슘 괴(잉곳)를 도요타에 납품한다. 포스코는 이 소재를 한국의 르노삼성을 통해 프랑스 르노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선보인 디젤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아이플로’. 독일 화학업체인 바스프가 개발한 첨단 고강도 플라스틱을 차체 곳곳에 활용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선보인 디젤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아이플로’. 독일 화학업체인 바스프가 개발한 첨단 고강도 플라스틱을 차체 곳곳에 활용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이에 앞서 일본 섬유화학업체인 도레이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보유한 독일 다임러그룹과 자동차 강판용 탄소섬유 소재를 생산하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여기에서 생산하는 탄소섬유 강판은 내년 출시되는 벤츠 SL클래스부터 사용된다. 도레이는 “탄소섬유로 차를 가볍게 만들게 되면 전기자동차나 연료전지차 등의 주행거리를 향상시키고 저탄소 녹색성장의 실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고베제강은 알루미늄과 철강을 혼합한 차량용 소재를 개발해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 양산 차량에도 신소재 사용 늘어

국내 완성차업체도 신소재를 이용한 ‘차체 군살빼기’에 한창이다. 현대자동차는 독일 화학업체인 바스프와 함께 개발한 디젤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아이플로’를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시트와 콘솔에 바스프의 최첨단 소재를 사용해 무게는 최소화하면서도 뛰어난 품질 및 안락감을 달성했으며, 고강도 플라스틱 패널을 차체에 적용해 차를 가볍게 만들었다.

현대차는 앞서 2007년에는 GE플라스틱과 공동 개발한 신소재 콘셉트카 ‘카르막’도 선보였다. GE플라스틱의 신소재 30여 종을 사용해 차를 동급 대비 60kg 가볍게 했을 뿐 아니라 차량 해체 시 재활용 가능 범위도 넓혔다.

실제 양산차량에도 최근 신소재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기아차 K5는 히터장치 케이스에 고강도 플라스틱 소재인 ‘글라스 버블’을 사용했다. 현대차 쏘나타의 문짝 아래 테두리 마감재로는 점토광물을 활용한 ‘클레이 나노 복합재’를 사용해 일반 고무 부품보다 20% 가볍게 했다. 현대차 ‘에쿠스’에 들어가는 8기통 타우엔진과 ‘제네시스’의 람다엔진의 일부 부품은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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