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美-유럽 호재에 北리스크 ‘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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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5P 급등 1848.41 마감
원-달러 환율도 14.45원 내려

시장에서는 정치가 경제를 이기지 못했다. 주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하락하면서(원화가치는 상승) 단숨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보다는 미국과 유럽의 희소식에 더 크게 반응했다.

2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55.35포인트(3.09%) 급등한 1,848.41로 장을 마쳤다. 20일 16.13포인트(0.91%) 오른 데 이어 이틀 연속 높은 상승세를 보이며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발표되기 직전인 16일 종가(1,839.96)를 넘어섰다.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투자가들도 3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서 3000억 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도 11.03포인트(2.25%) 상승한 500.64로 올라서며 사흘 만에 500 선을 회복했다. 안보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급등했던 퍼스텍(―12.58%), 빅텍(―7.79%) 등 방위산업주는 하락세를 보이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환율은 급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45원(1.24%) 하락한 1147.70원에 마감했다. 이틀간 27.15원 내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으로 16.20원에 이르렀던 19일 하루의 상승폭보다 더 떨어졌다.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인 것은 전날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호재가 나왔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56억4000만 유로의 국채 발행에 성공해 3개월물 국채의 평균 발행금리는 전월 말 5.11%에서 1.74%로 크게 떨어졌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기업경기 신뢰지수도 107.2로 시장의 예상을 깨고 두 달 연속 상승했다. 미국에서도 11월 실업률이 감소했고 신규 주택 착공건수가 전월 대비 9.3%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전날 유럽과 미국 증시는 1∼3% 상승했다.

올해 전체적으로 봐도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유럽이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 사망 당일 주가 급락폭은 올해 들어 10위 수준이었고, 올해 하루 코스피를 끌어내린 주범 1∼9위는 유럽 재정위기 관련 사안이었다. 올해 코스피가 가장 많이 떨어진 날은 8월 19일로,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 속에 115.70포인트(6.22%) 폭락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김 위원장 사망 같은 정치적 변수와 달리 유럽 변수는 기업 이익이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가를 크게 움직이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일단 한숨 돌렸지만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위험요인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 변수가 펀더멘털을 훼손할 가능성은 없지만 코스피가 상승 추세로 복귀한 것은 아니다”라며 “유럽 위기로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북한 리스크가 커지면 추가 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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