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사나이’ 박태준 1927∼2011]‘철강왕’ 빈소 찾은 시민 “절 한번 드리고 싶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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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葬으로 17일 영결식

정부, 청조근정훈장 추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추모 행렬이 타계 이튿날인 14일에도 이어졌다. 이날에만 정·재계 인사 600여 명(포스코 임직원 제외)이 빈소를 찾았다. 머리가 희끗한 포항제철의 ‘1세대’ 원로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빈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조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4일 오후 4시 반경 박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보다 1∼2분 먼저 빈소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박 명예회장과는 1973년 포항 1고로 공사 때부터 현대건설에 재직하면서 알게 돼 인연이 있었다”며 “국가에 공적이 대단히 크신 분이니 국민께서 많이 마음 아파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태국 포스코타이녹스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오후 출장길에 올랐다가 비보를 전해 듣고 발길을 돌려 밤 비행기를 탔다. 오전 5시 5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자택에서 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오전 8시 40분 빈소에 도착했다. 정 회장은 박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상주 박성빈 씨의 두 손을 잡고 “고인은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자 의지가 되어 주신 분”이라며 “반드시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발전시켜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김황식 국무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수성 전 국무총리, 박희태 국회의장, 박준규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이진방 대한해운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회장,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 등 정·재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생전 일본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 고바야시 겐(小林健) 미쓰비시상사 사장 등 일본 주요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 높았다. 무작정 찾아온 시민도 있었다. 박길원 씨(47·서울 성동구 행당동)는 “나 같은 사람이 와도 되는 자리인지 모르겠지만 절 한 번 드리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추모 열기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제철소가 있는 경북 포항시에 4곳, 전남 광양시에 1곳을 비롯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포스텍(포항공대)은 개교 25주년을 맞아 이달 초 세운 박태준 조각상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부산 기장군은 박 명예회장의 고향인 기장군 장안읍 임랑리 임랑마을에 2013년 완공 목표로 ‘박태준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

정부와 유족 측은 박 명예회장의 장례를 사회장으로 5일간 치르기로 했다. 사회장은 국가에 공헌한 저명인사가 사망했을 때 치르는 장례식이다. 국가장 다음에 해당한다. 이날 행정안전부는 박 명예회장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박 명예회장의 발인 예배는 17일 오전 7시에, 영결식은 오전 9시 30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다. 장지는 서울과 대전의 국립묘지 중 한 곳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유족 측 대변인인 김명전 삼정KPMG 부회장은 “당초 포항을 유력하게 생각했지만 산지 훼손 등 어려움이 있어 포기했다”며 “동작동 서울현충원에 모실 공간이 있으면 우선순위로 추진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전현충원에 모시는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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