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된 ‘5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43%가 집값 2배로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회사원 이모 씨(45)는 2002년 12월 경기 파주시 금촌동에서 당시 대한주택공사가 공급한 ‘5년 공공임대아파트’(이하 5년 공공임대)의 입주자로 선정됐다. 5년 공공임대는 5년간의 임대기간이 지나면 세입자가 최우선적으로 분양받아 소유권을 갖는 방식이다. 이 씨는 2005년부터 79m²형에 입주해 살다가 작년 초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낮은 약 8900만 원에 분양받았다. 현재 이 집은 인근 시세와 비슷한 1억8000만 원대로 치솟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주택 공급이 넘치면서 약 2년간 파주시 집값이 평균 6% 떨어졌는데 이 아파트만 2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 씨는 “5년간 매달 29만 원가량 낸 임대료를 빼도 7000만 원 정도의 시세차익이 생겼다”며 “주변에서 대박이라고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된 5년 공공임대가 ‘로또 아파트’로 변질되고 있다. 분양 전환된 5년 공공임대의 상당수가 집값이 2배 이상으로 급등했으며, 분양자들이 이를 되팔아 상당한 양도차익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는 데다 분양받은 사람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해당 주택을 전매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더군다나 무주택 요건만 충족하면 5년 공공임대에 입주할 수 있어 소득과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도 이런 이익이 돌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분양가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국민주택기금이 투입된 5년 공공임대의 개발이익(양도차익)이 사유화되는 문제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분양전환 후 208% 폭등도

동아일보가 14일 입수한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 전환한 전국 207개 단지(6만2847채)와 민간임대주택건설사 ㈜부영이 분양 전환한 33개 단지(2만1887채)를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의 43%인 104개 단지의 집값이 분양 전환된 이후 올해 9월 말까지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분양 전환 후 가격이 떨어진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특히 LH가 공급한 5년 공공임대는 평균 5723만 원에 분양 전환된 후 올 9월 말 현재 1억1336만 원으로 치솟아 평균 98.5%의 상승률을 보였다. 2009년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서 6000만 원에 분양 전환된 아파트(전용면적 52m²·438채)는 올해 9월 말 현재 1억8500만 원에 거래되면서 무려 208% 폭등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분양가 결정 방식에서 비롯됐다. 5년 공공임대 분양가는 입주자 모집 당시 공고된 ‘건설원가’와 분양전환 때 감정평가사가 매긴 ‘감정평가액’을 단순 평균해 결정한다. 입주자 모집부터 분양전환까지 7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7년 전의 건설원가가 분양가에 반영되는 셈. 따라서 분양가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고 분양전환 이후 주변시세에 맞춰 집값이 폭등하는 구조다.

○ 140채 중 114건 거래

집값이 급등하자 분양받은 입주자 상당수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1년 안에 집을 팔아치웠다. LH가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에서 2006년 11월 6100만 원에 분양 전환한 40m²(전용면적 기준) 아파트 140채는 한 달 만에 무려 114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당시 비슷한 면적의 주변 아파트 가격이 1억 원을 웃돌아 4000만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되자 114명이 집을 매도한 것이다. 광주 광산구 운남동에서 2006년 5월 4600만 원에 분양 전환된 50m² 아파트 193채는 그해 말까지 거래된 매매건수가 195건으로 주택 수보다 많았다. 모든 입주자가 1년도 안 돼 집을 팔았다는 얘기다. 부영이 2006년 광산구 신가동에서 분양 전환한 1268채도 같은 해에만 70%가 넘는 908채가 거래됐다.

더군다나 5년 공공임대에 세입자로 살다가 분양받으면 해당 주택에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에 해당돼 수천만 원의 양도차익을 올리지만 양도소득세는 전액 면제받는다. 또 5년 공공임대를 청약할 때 소득이나 자산기준이 전혀 없어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도 분양받아 차익을 챙기고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5년 공공임대 대상자를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과 자산을 보유한 무주택자로 제한해야 한다”며 “특히 분양전환 이후 주택 구입자가 일정 기간 내에 해당 주택을 팔 때는 외국처럼 할인받은 금액의 일부를 국민주택기금 등에 반환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5년 공공임대주택 ::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건설사가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아 건설해 5년간 임대주택으로 운영한 뒤 세입자에게 우선 분양하는 주택. 1992년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용도로 도입됐으며,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1만 채가 분양 전환됐다. 청약저축 가입자인 무주택 가구주가 입주대상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