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청빈의 일생… 포스코 주식도 하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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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준 회장 빈소 조문행렬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대표하는 단어는 ‘청빈(淸貧)’이다. 그는 “나는 지금껏 국가의 소명을 받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정치인으로서 드물게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자손들에게 유산도 한 푼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 대변인을 맡은 김명전 삼정KPMG 부회장은 이날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 앞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 명예회장님 본인 명의의 재산이나 유산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박 명예회장님은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며 “병원비도 자기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워 자녀들이 분담했고 본인 명의의 집도 없고 주식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에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다”면서 “큰딸의 집에서 살면서 생활비도 자제들의 도움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박 명예회장은 의식을 잃기 전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포스코가 국가경제 동력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크게 성장해 세계 최고가 되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박 명예회장은 임직원들에게는 “애국심을 가지고 일해 줄 것”을 당부했으며 가족들, 특히 부인(장옥자 여사)에게 “고생시켜 미안하다. 화목하게 잘 살라”는 뜻을 전했다. 또 “포스코 창업 1세대들 중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는 심경도 밝혔다.

거목을 잃은 재계는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박 명예회장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의 쌀’인 철강산업을 일으켰다”며 “경제계는 ‘제철보국’의 정신으로 헌신하신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현재의 경제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삼성그룹은 “고인은 ‘절망하지 말고 무엇이든 세계 최고가 되자’는 신념으로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물론이고 경제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며 경의를 표했다.

정치권도 박 명예회장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가까웠던 이양희 전 의원은 “고인은 세계적인 흐름을 정확히 파악했고, 인간적 신의가 커서 공직을 떠난 뒤에도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추모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논평에서 “비록 파란만장한 인생이고 영욕의 삶이었지만, 고인께서 군인 기업인 정치인으로서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박 명예회장은 사욕이 없으셨다. 주위 사람들을 맘껏 도왔다.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자기 일처럼 생각했다”며 “기업인들의 큰어르신이 너무 빨리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념 전 부총리, 이기수 대법원 양형위원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등도 이날 밤 늦게 빈소를 찾았다. 장례 절차는 14일 오전 정해질 예정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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