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BMW… 개미들, 유럽으로 투자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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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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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들 해외주식투자 급증


#1 국내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업체인 실리콘모션테크놀로지 주식을 1000만 원가량 매수했다. 일반인들에겐 낯설지만 반도체업계 종사자들이라면 모두 알 만한 반도체 개발·판매 회사다. 그는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이 기업 주가가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하락한 틈을 타 발 빠르게 사들였다.

#2 한 대형증권사의 해외주식팀 야간근무조는 8, 9월경부터 눈에 띄게 바빠졌다. 미국 증시가 열리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 매매 및 상담주문이 쉴 새 없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수백만 원부터 수억 원까지 주문금액은 다양하지만 “저평가된 해외주식을 싸게 사고 싶다”는 개인투자자들이 고객의 대부분이다.

미국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증시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발 빠른 일부 국내 개인투자자는 ‘역발상’으로 해외 증시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우려가 커지던 9월을 전후로 해외주식 투자 문의와 신규 계좌 개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증권사 담당자들은 전한다.

○ 9월 전후 개미들 해외로 눈 돌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해외증권(주식 및 채권) 결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늘어난 2만6146건이었다. 결제금액은 18% 증가한 26억8600만 달러(약 3조741억 원)에 이르렀다. 눈에 띄는 점은 금액 기준으로 해외증권 거래의 74%가 유럽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는데도 이 지역에 대한 직접투자 비중은 올해 3분기 20억700만 달러로, 지난해 3분기 17억4400만 달러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개인들이 관심을 갖는 종목은 주로 재정위기 부담이 덜한 유럽 주요국의 주식이다. 유진관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해외주식팀장은 “루이뷔통, 에르메스, BMW 등 경기와 관계없이 순익이 증가하는 실적 좋은 명품업체들에 대한 매수 주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스페인처럼 재정위기 직격탄을 맞은 국가의 주식 중에서도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알짜 인프라 기업을 찾거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간편히 결제할 수 있는 미국, 홍콩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고객도 많다. 김영빈 우리투자증권 해외주식부 과장은 “기관투자가들은 해외 주가가 많이 빠진 틈을 타 교체매매를 많이 하는 반면 개인들은 신규 계좌를 개설해 해외주식 투자에 새롭게 도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형 증권사, 해외투자 선점 가열

최근 개인들의 해외주식 투자 열기는 1999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학습효과가 뒷받침이 됐다는 분석이다. 우량주식의 저가매수 중요성을 두 차례 위기를 거치며 경험적으로 터득했다는 얘기다. 애플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친숙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주식영업팀 인력 확충과 함께 수수료 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베트남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4개 국가 해외 주식매매 수수료를 0.1∼0.2%로 낮췄으며 개인들의 매매 활성화를 위해 해외주식 매매 최소 투자한도(500만∼1000만 원)를 폐지했다. 삼성증권 역시 최근 기존 5개국에 영국 독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총 23개국을 추가해 해외주식 거래 대상 국가를 28개국으로 확대했다. 우리투자증권도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예정신고 대행서비스, 해외주식 투자설명회 등 고객서비스를 강화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환경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안주영 한국투자증권 해외투자영업부 부장은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위기 초기부터 유럽 은행주 매수에 관심을 보이던 일부 자산가는 위기가 확대되자 매도로 돌아서고 있다”며 “당분간 추세를 관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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