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뛰고 수입 기고… 對日무역적자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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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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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적자 작년보다 100억달러 줄어 260억달러 전망

건설장비를 생산하는 경기 화성시의 중장비 회사는 최근 핵심 부품인 ‘컨트롤러’ 수입처를 일본에서 독일 회사로 바꿨다.

건설 중장비를 제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컨트롤러는 수천만 원이 넘는 고급 부품. 지금까지 기술력 좋은 일본 제품만 수입해 왔지만 계속되는 엔화 강세로 수입단가가 오르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가 낮아진 독일 제품으로 교체했다.

이 회사 수입담당자는 “당분간 엔화 강세가 해소될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 수입처를 교체한 것”이라며 “기술력이 떨어지지 않는 유럽산 부품의 관세가 낮아져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대일 무역수지가 지난해보다 100억 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경제의 숙원이었던 대(對)일 무역적자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일 무역적자는 225억 달러(약 25조7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74억 달러)보다 17.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일 무역적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61억 달러보다 100억 달러 이상 줄어든 260억 달러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일 무역적자가 줄어든 것은 일본에 대한 수출이 올해 1∼9월 292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45.6% 늘어난 데 반해 같은 기간 수입은 517억 달러로 8.9%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 강세 효과를 제외한 중량 기준 대일 수입규모는 18만 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만7000t)보다 9%가량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1∼9월 수입규모(19만5000t)보다도 적다.

대일 수입이 줄어든 것은 올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부 품목의 수입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기록적인 엔고(高) 현상으로 수입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까지 100엔당 1300원대를 유지하던 원-엔 환율은 동일본 대지진과 유럽 재정위기로 최근에는 100엔당 1500원대 안팎으로 뛰어올랐다.

여기에 한-EU 및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 FTA로 유럽과 동남아시아 수입품의 관세가 낮아지면서 일본 제품 수입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도 대일 수입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일본 무역적자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선진국 경기 악화로 반도체와 전자제품 수출이 둔화되면서 대일 수입이 줄었을 뿐 핵심부품·소재에 대한 대일 수입 의존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평판디스플레이(―46.3%), 중(重)전자기기(―18.0%), 반도체 제조용 장비(―7.2%) 등 대일 수입 감소 폭이 큰 품목 대부분은 전자제품과 관련한 기계장비나 부품들이다.

반면 늘어난 대일 수출은 대부분 석유제품과 식료품 등 동일본 대지진 복구와 관련된 품목이어서 내년에도 대일 수출이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일본의 주요 전자부품 업체들이 최근 엔고를 피해 동남아 등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만큼 일본 부품 수입 감소를 대일 무역적자 구조 해소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수교 이후 한국은 일본과의 교역에서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며 “결국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통한 주요 부품·소재의 국산화가 대일 무역적자 구조를 해소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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