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미래다]아름다운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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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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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화려한 독주 접고 동반성장 나서
사회 전체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큰 관심



과거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이라 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고속 성장, 수출 주도, 깜짝 실적 등 대부분 좌고우면(左顧右眄)할 여유 없이 질주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반세기 동안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 신화를 써온 데에는 대기업들의 이런 질주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비약적인 성장의 필연적인 그늘로 양극화가 잉태됐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기업들도 성장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모토 아래 협력업체, 소외계층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반성장과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모두의 행복을 꾀하려는 대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독주(獨奏)에서 협주(協奏) 시대로

우리 대기업의 기술력이나 경영기법은 이미 글로벌 톱 수준으로 올라섰다. 대기업들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묵묵히 힘을 보탠 중견, 중소 협력업체들의 땀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단순했던 과거의 경영환경은 대기업들이 현란한 독주 테크닉을 선보이며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화음을 내는 협주단이 돼야만 급속히 복잡다단해지는 글로벌 경제 환경의 높은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동반성장은 중소기업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동반성장이나 공생발전을 위한 별도 조직을 만들어 전사적으로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추세다.

STX그룹은 계열사별로 운영되던 협력회사 관리 시스템을 통합해 ‘STX 멤버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상생협력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정보력이 취약한 점을 감안해 매주 주요 원자재 가격 동향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구조 고도화 사업, 주요 원자재 단가 연동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GS그룹도 ㈜GS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자회사 및 계열사 대표이사를 위원으로 하는 그룹 차원의 동반성장협의회를 통해 계열사별로 추진하는 협력회사 동반성장 프로그램 추진 실적을 점검하면서 활성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계열사마다 공생발전 지원팀을 만들었다. 주요 계열사에 마련한 ‘경쟁력강화지원단’은 두산의 핵심 전문인력들이 참여하고, 협력회사를 위해 대학과 연계한 직업훈련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최근 대기업 사회공헌활동의 특징은 국경을 초월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영업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진출한 나라의 현지 사정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외법인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있는 LS전선과 LS엠트론은 칭다오이공대 등 인근 대학에 장학금을 주고 있다. LS그룹은 상하이, 톈진, 다롄 등의 법인을 통해 저소득 우수 중고교생과 대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준다.

국내에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배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농협은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이 남편 및 자녀와 함께 고국을 찾을 수 있도록 왕복 항공권과 체재비를 전액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성숙한 다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을 지원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여행 지원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건설회사들은 업종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활동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SK건설은 2006년부터 임직원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매달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집을 고쳐주는 주거환경 개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의 키워드를 ‘나눔’으로 정한 대림산업은 무주택 서민들에게 집을 지어주거나 낡은 집을 고쳐주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실리적인 봉사활동을 찾는 기업도 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활동과 함께 시민 누구나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도심에 숲과 도서관을 만드는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대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부(富)와 일자리 창출의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거시적인 목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는 데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국내에서는 공익성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해외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건설사 최초로 올해 800억 달러 이상의 해외 수주를 달성한 현대건설도 ‘글로벌 인더스트리얼 디벨로퍼’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다양한 해외 신성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금융업계에서 올해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 결과 국내 은행부문 1위에 오른 신한금융지주도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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