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스팩이 ‘껍데기 회사’라고? 불안한 증시에선 ‘효자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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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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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증시 속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어디 하나 마음놓을 만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뒤숭숭한 증시 환경 속에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중장기 수익처로 다시 부상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까지 스팩주(株)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상장된 스팩이 예외없이 공모가를 밑돌면서 거래량이 거의 없는 종목이 속출했었다.

하지만 스팩이 요즘처럼 불안한 증시에서 오히려 안전자산과 같은 투자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합병에 실패한다고 해도 스팩 설립 이후 3년 안에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자진해산되고, 공모가에 이자를 더해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설립된 지 오래된 스팩의 경우 투자매력도가 의외로 쏠쏠할 수 있다.》
○합병 실패로 청산돼도 ‘원금+α’ 노릴 수 있어


지난해 국내에 처음 상장된 스팩은 비상장 기업의 인수를 목적으로 증권사에서 설립한 회사로, 상장해서 거래는 되지만 인수합병(M&A) 대상을 찾아 확정하기 전까지는 사업 내용이 없기 때문에 ‘껍데기 회사’로 불린다.

증권사와 비상장회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기대와 달리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합병 상장에 성공한 곳이 HMC투자증권과 신영증권 스팩 두 곳뿐인 데다 이후의 주가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합병 직전까지 진행되다가 결국 철회되는 경우도 많았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자연히 스팩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불안정한 장에서는 스팩을 통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는 3년 이내에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관련 규정상 청산 절차를 밟게 되는 스팩의 특성 때문이다. 공모 주주의 경우에는 스팩 청산시 공모 투자금에 이자를 얹어 돌려받을 수 있다. 공모가를 하향하는 종목 중 해산일에서 가까운 스팩을 골라서 싼값에 미리 매수해 놓는다면 청산 이후에는 시세 차익과 은행 이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공모가가 2000원인 스팩의 주식을 10% 낮은 가격인 1800원에 매수해 놓는다고 치자. 스팩의 일반적인 특성상 청산일이 가까워지면 공모가에 수렴하게 되는 만큼 시세차익(10%)과 투자 금액 예치에 따른 은행 이자를 같이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기관들이 스팩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합병에 실패해 해산하더라도 원금이 대부분 보존되는 데다 은행 이자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팩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대부분의 스팩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져 있어 투자매력도는 역설적으로 높아졌다. 밑져야 본전인 안전 투자처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팩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많이 떨어져 있는 만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1년 정도로 자금을 굴리는 방안으로 활용하면 좋다고 조언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스팩이 합병을 신청하고 성사되는 데까지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면서 “자진 청산 시점까지 7, 8개월 정도만 남은 스팩의 경우에는 합병이 무산된 것으로 간주하고 안전자산 개념으로 투자해도 좋다”고 말했다.

○스팩 활성화, 제도 개선 기대감도

만약 스팩이 합병을 추진할 경우에도 주주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볼 것이 없게 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고사 상태에 놓인 스팩 시장을 살리기 위해 내놓은 스팩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스팩 합병 때 반대 주주에게 주어지는 주식매수청구권(주식회사의 합병·영업양도 등과 관련해 주주가 자기 소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가격이 순자산가치 수준으로 올라가게 됐다.

현재 행사가는 최근 스팩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는데 주가가 공모가보다 크게 떨어져 있다 보니 행사가가 실제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불만이 있어왔다. 자신이 투자한 스팩이 합병을 진행하게 된다면 향후 주가와 회사의 성장성을 따져서 유리한 선택을 하면 된다. 스팩 합병법인의 성장성에 의문이 많다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된다. 스팩이 합병 이후 오히려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면 그대로 보유하면 된다.

이 외에도 스팩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던 자본환원율(비상장사의 미래 추정이익을 현재 가치로 전환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할인율. 비상장사의 수익가치는 주당순이익을 자본환원율로 나눠 구하기 때문에 자본환원율이 낮을수록 합병 비상장사에 유리하다)이 증권사 자율에 맡겨지면서 합병상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1월 비상장기업의 자본환원율이 5%에서 10%로 상향 조정되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스팩 상장에 시큰둥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본환원율이 낮아지면 스팩의 주주 입장에서는 더 비싼 돈을 주고 회사를 사오게 되는 셈이라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하지만 합병상장 자체는 한층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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