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현장에서]돈의 움직임 vs 경제의 기초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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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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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기자
이은우 기자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서민 호주머니에 돈이 넘치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시중을 배회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 부동자금이 11월 들어 643조 원으로 늘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긴 예탁금은 8월 19조3000억 원에서 이달 들어 20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방아쇠만 당겨주면 어디든 돈이 확 몰려들 수 있는 상태다.

단기 부동자금이 넘쳐나는 것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은행에 맡겨놓았다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되레 돈을 까먹을 것 같고 부동산시장도 가라앉아 있고 증시도 불안하고…. 한 방 쏘고 싶은 데 과녁이 없는 셈이다. 돈은 희망(투자할 곳)을 찾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투자할 곳이 막막하다면 작은 희망도 엄청난 기회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투자시장의 공통점 중 하나는 ‘유동성이 재료를 만나면 폭발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례를 부동산시장에서 찾는다면 2000년대 초반 서울 강남 재건축 바람을 들 수 있다. 당시 소형 아파트 값이 일주일에 몇 천만 원씩 오르기도 했다. 금리가 낮고 시중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재건축이라는 개발재료가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와 비슷한 게 증시의 테마주 열풍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이 테마로 등장해 거품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 유럽 재정위기가 조금만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 ‘안도랠리’라는 이름으로 주가가 폭등할 수 있고 작은 호재에도 테마주 바람이 불 수 있다. 문제는 돈의 힘으로 시장이 상승세를 탔을 때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에 있다. 희망처럼 보였던 재료들이 실제로는 별 게 아닌 것으로 드러날 땐 상승폭 이상으로 폭락할 수 있다. ‘유동성 장세’ 초기에는 단기 투자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반면 뒤늦게 대세 상승으로 알고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본 사례는 수없이 많다. 요즘처럼 국내외에서 언제든 돌발 악재가 나오기 쉬운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해외투자자를 헤지펀드와 장기투자자로 구분했다. 헤지펀드 운용자들은 수시로 ‘한국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을 물어오지만 장기투자자들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문의한다고 했다. 한쪽(헤지펀드)이 돈의 움직임만 쳐다본다면 다른 한쪽은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답은 나와 있는 것 같다. 자금의 단기 움직임보다는 경제 전반과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고 길게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헤지펀드 정도의 자금과 정보를 갖지 못한 개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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