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신청 1년새 2배로 껑충… 가계부채 폭발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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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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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제 악화… 개인채무조정기관 방문 급증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씨(30·여)는 지난달 31일 신용회복위원회 서울 명동지부를 찾았다. 김 씨는 2년 전 부모님 수술비 때문에 저축은행과 캐피털회사 등에서 약 75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30%가 넘는 금리 때문에 매달 이자로 150만 원을 내왔지만 최근 생활비 등 지출이 많아지자 더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신청했다. 김 씨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닌다고 하겠지만 이자 갚으려고 적금도 다 해지했다”며 “이러다 파산하겠다 싶어 미리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놓았다.

가계부채 1000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둔 가운데 고물가, 고금리, 전세금 상승 등으로 서민경제가 악화되면서 개인채무조정기관을 찾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채무조정 신청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두고 가계부채가 폭발하기 전의 징후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 사전채무조정 신청자 급증

3일 신복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개인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9826명으로 1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734명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기간이 1개월에서 3개월 미만인 채무자들의 대출 상환기간을 늘려주고 이자율을 조정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가지 않게 하는 예방적 조치다.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옛 전환대출)’ 신청자도 급증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바꿔드림론 신청자는 3만18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350명보다 3배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캠코 관계자는 “올해 6월부터 캠코 본사와 지사 외에 16개 시중은행 창구에서도 신청을 받다 보니 신청자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전채무조정 신청자가 급증하는 것은 무엇보다 서민층의 빚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7.9%로 같은 기간 은행대출 증가율(8.5%)을 크게 웃돌았다. 비은행권은 금리가 높고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빚 부담이 서민층으로 집중되는 통로가 된다. 최근에는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대출 수요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밀려가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 전세금대출 급증도 서민 짓눌러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세금도 서민층의 빚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등 5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0월 말 현재 4조3142억 원으로 9월 말보다 약 6.2% 늘었다. 2009년 말 대출잔액 8765억 원과 비교하면 5배로 증가했다. 또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 실적은 3조6693억 원으로 지난해 2조6571억 원보다 38%나 증가했다. 전세금 대출 금리마저 상승세여서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전세론 금리는 지난해 1월 4.06∼5.56%에서 지난달 말에는 4.55∼6.05%로 높아졌다.

채무조정 신청자 급증 현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기 전의 징후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개적으로 빚 부담을 호소하는 상황에 이른 만큼 가계부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에서 가장 취약한 곳은 주택담보대출과 서민경제 붕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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