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담아 툭 터놓고 창업 토론… 교재-칠판필기 없지만 속이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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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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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교수 변신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 강의 들어보니…

김정주 NXC 대표는 9월부터 한 학기 동안 카이스트에서 ‘기술벤처’라는 과목을 맡아 강의 중이다. 2일 김 대표는 학생들에게 “나와 잘 맞지 않더라도 반드시 그 분야의 최고를 찾아 작게 시작해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김정주 NXC 대표는 9월부터 한 학기 동안 카이스트에서 ‘기술벤처’라는 과목을 맡아 강의 중이다. 2일 김 대표는 학생들에게 “나와 잘 맞지 않더라도 반드시 그 분야의 최고를 찾아 작게 시작해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2일 오후 2시 대전 KAIST 정문술기념관.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회사) 대표가 30여 명의 학생과 한창 수업 중이었다. 강의실 분위기는 여느 수업과 사뭇 달랐다. 교재도 없고, 칠판에 필기도 안 했다. 그저 김 대표가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이 대답을 하고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론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2조 원대의 개인재산을 갖고 있는 거부(巨富)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언론 노출과 대외활동을 극도로 꺼리는 성품 때문이다. 이런 김 대표가 이번 학기부터 KAIST 교수로 변신해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서 ‘기술벤처’라는 과목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 일주일에 한 차례, 매회 두 시간씩 하는 강의다.

이날 강의의 주제는 ‘what’(무슨 아이템으로 창업할 것인가)이었다. 김 대표는 앞서 ‘why’(왜 창업을 해야 하는지)와 ‘how’(창업을 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준비는 무엇인지) 등을 주제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why’에서 그는 “똑똑한 이공계 학생들이 창업 후의 실패를 두려워해 의사가 되거나 고시를 보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우리 사회와 국가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것은 시급 3000원이 아니라 5000원을 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들어가 그저 그렇게 성장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원하는 일을 찾아 도전하라는 것이다.

이날 김 대표는 ‘트렌드를 좇아야 할까,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할까’ ‘정말 뛰어난 사람인데 처음 보는 사람과 일해야 할까, 마음 맞는 친구와 해야 할까’, ‘작은 규모로 시작할까, 투자금을 받아 일정 규모 이상에서 시작할까’ 등의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도 저마다의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있는 것이 우선”이라며 “친한 친구면 좋겠지만 나와 잘 맞지 않더라도 반드시 그 분야의 최고를 찾아 작게 시작해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학생들도 김 대표에게 질문을 던졌다. “창업할 때 마케팅, 영업 등 문과 출신 스태프 인력이 꼭 필요한가”라는 구체적인 질문부터 “창업을 하려는데 난 소프트웨어는 알아도 음악이나 디자인은 몰라서 고민”이라는 개인적인 내용까지 다양했다.

김 회장은 “투자금을 받고 크게 시작하려면 문과 출신이 필요하지만 제가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것은 옆에 앉아 있는 친구들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벤처를 창업하는 것”이라며 “그런 경우에는 (문과 출신이)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면 KAIST 산업디자인과 수업을 청강하면서 그곳 학생들에게 밥을 사고 술을 사면서 친구가 돼라”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김 대표 수업에는 현업 탐방도 들어 있다. 김 대표는 학생들과 함께 넥슨, 엔씨소프트, 안철수연구소 등을 이미 방문했다. 또 학생들이 만나기 어려운 명사도 초청해 특강을 연다. 이번 달에는 소프트뱅크코리아의 문규학 대표와 포도트리의 이진수 대표가 예정돼 있다. 바이오 및 뇌공학과 4학년 윤환준 씨(22)는 “막막했던 창업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며 “생생한 경험담이 보태지면서 살아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전=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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