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후주택 정비사업 첫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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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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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예정구역 68곳 지정

서울시가 이달 20일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 68곳을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앞으로 해당 지역 구청장이 정비계획을 수립한 뒤 서울시장에게 구역지정을 요청하고, 서울시장의 허가가 나면 일반적인 주택 재개발·재건축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노후주택을 바꿀 수 있는 사업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구에서 서울시에 구역지정을 요청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갈 길은 꽤 남아있는 셈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투자해서는 곤란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이번에 정비예정구역으로 확정한 곳은 △주택 재개발사업 10곳(지정면적 54.9ha) △단독주택 재건축사업 34곳(128.3ha) △공동주택 재건축사업 24곳(73.59ha)이다. 구별로 보면 전국 집값을 주도하는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4개 구에서 21곳이 지정돼 눈길을 끈다. 특히 강남구는 대치 우성1차, 개포 한신, 개포 현대1차, 진흥, 개포 도곡한신 등 아파트 8곳이 한꺼번에 포함돼 가장 많았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궁전아파트, 방배동 신삼호아파트 등 공동주택 2곳과 방배동 528-3 단독주택이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송파구와 강동구는 각각 5곳이 지정됐다. 송파구는 모두 공동주택이고, 강동구는 공동주택 단독주택 주택재개발이 고루 포함됐다. 비강남권에서는 관악구(8곳)가 강남구만큼 많았고, 금천구(6곳)와 강서구(6곳)가 뒤를 이었다.

정비예정구역이란 재개발 재건축 등과 같은 노후주택정비사업을 계획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지정 고시하는 정비구역의 후보지가 됐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 관할지역 구청장이 사업타당성 분석과 주민설명회 등의 절차를 거쳐 정비계획을 수립한 뒤 시장에게 구역지정을 요청하면 된다. 이에 따라 강남구 청담동과 삼성동에 걸쳐 있는 진흥아파트는 건폐율(용지면적 대비 1층 바닥면적) 50%, 용적률(용지면적 대비 건물 지하층을 뺀 바닥면적의 총합) 210% 범위에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첫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에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부동산경기가 호황일 때에는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는 게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이 정도의 재료만으로는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남구 개포동 B부동산 관계자는 “인근의 아파트 단지 몇 곳이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관련한 문의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며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단순히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것만으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말했다.

당장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부동산 대체 상품이 있다는 점도 값이 하락세인 정비예정구역 지정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부동산연구실장은 “주택시장 침체로 정비예정구역 등 도심재생사업이 진행돼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다 보니 여윳돈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며 “이들은 대신 매월 일정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소형 빌딩이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강남지역 재건축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다.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고점 대비 최대 4억 원까지 떨어졌다. 김은진 부동산1번지 DB팀장은 “정비예정구역 지정이나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가 과거처럼 가격 상승을 이끌어 내기에는 대내외 경기 침체 같은 악재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여윳돈 투자자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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