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는 자폭주? 증시불안에 사원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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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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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잇단 유상증자… 물량20% 취득 룰 부작용

국내 증권사들이 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앞다퉈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해당 회사 직원들의 입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해 거액의 증자물량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우증권이 1조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이후 우리투자증권(6700억 원), 삼성증권(4500억 원), 현대증권(5950억 원)이 잇따라 유상증자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도 8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특히 대우증권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여서 직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임직원들은 우리사주에 배정된 20%의 신주를 받기 위해 2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청약했다. 이를 6월 말 현재 대우증권 직원 3066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7000만 원, 정규직(2599명)만 계산하면 1인당 9000만 원 이상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초 3만 원 진입을 눈앞에 뒀던 대우증권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후 급락해 25일 종가 기준으로 1만 원까지 떨어진 상태여서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사주제도 자체는 긍정적인 제도이고 실제 과거 우리사주를 통해 이익을 본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회사의 고압적인 분위기에 떠밀려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면서 고민이 커졌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2009년 10월 이후 상장이나 유상증자에 우리사주조합이 참여한 166건 가운데 자사주를 배정받은 뒤 주가가 오른 것은 71건에 불과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은 전체 주식물량 중 20%를 임직원이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는 규정도 혜택인 동시에 부작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원들이 물량을 매수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으로 우려해 직원들에게 청약을 강요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직원은 “대출까지 받아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는 싫은데, 회사에 눈치가 보여 이래저래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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