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일본 “아, TPP 어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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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주 등 9개국 참여… 개방폭도 커
금융 농업계 반발… 참가 선언 속앓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여부를 놓고 일본 정국이 소란스럽다. 양국 간 협정인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TPP는 미국 호주 등 환태평양 9개국이 참여하는 데다 개방 폭도 커 가입에 따른 기대이익이 크다. 하지만 금융과 농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다음 달 12, 13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참가 표명을 선언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TPP는 2006년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뉴질랜드 4개국이 만든 다자간 자유무역권이 모체다. 미국을 비롯해 호주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등 5개국이 잇달아 참가를 선언하고 지난해 10월부터 9개국이 협상 틀을 만들고 있다. TPP는 가맹국끼리 예외 없는 관세 철폐가 원칙인 데다 상품뿐만 아니라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교류까지 허용해 개방 폭과 범위가 넓다.

일본은 당초 TPP 가입에 부정적이었다. 한국처럼 농업경쟁력이 취약한 일본은 민감 품목에 관세 철폐 예외가 허용되는 FTA가 유리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노다 요시히코 내각 출범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내수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일본이 살길은 해외시장 개척이고 이를 위해선 TPP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예컨대 일본 기업이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오토바이의 경우 관세가 90%에 이른다. 관세가 없어지면 판매가격이 절반 가까이 싸진다. 나라마다 제각각인 수출 통관절차가 하나로 통일되면 비용절감 효과도 막대하다. 이 때문에 TPP 찬성 부처인 일본 경제산업성은 “TPP에 참가하지 않으면 자동차 기계 전기전자 주요 업종의 연간 생산액이 10년 후에 10조5000억 엔 감소할 것”이라며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총 940품목에 높은 관세를 매겨 보호 혜택을 받고 있는 농업계는 발등의 불이다. 일본은 수입쌀과 소맥에 각각 778%와 252%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관세가 일시에 없어지면 농업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TPP는 일본의 지역경제와 사회를 붕괴시킨다”며 반대하는 이유다. 또 상대적으로 글로벌화가 덜된 일본의 금융과 의료 분야도 가입에 소극적이다.

일본이 TPP 가입을 서두르는 이유에는 미국의 압박도 있다. TPP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참여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수출을 늘리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일본과의 양자 FTA보다는 TPP가 유리하다고 본다. 또 아태지역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경제동맹을 맺음으로써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정치 안보적 계산도 깔려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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