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즈 칼리파’ 건강, 서울서 실시간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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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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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 지진으로 흔들리는 충격강도 - 온도변화 전자감응기로 수시체크첨단 빌딩 ‘구조물 건전성 모니터링’ 도입 늘어

서울에 있는 삼성물산 초고층빌딩본부가 대형 PC모니터를 통해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의 건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서울에 있는 삼성물산 초고층빌딩본부가 대형 PC모니터를 통해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의 건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 서울 서초구 서초2동 삼성물산빌딩 12층에 마련된 초고층빌딩본부 사무실. 이곳에 들어서자 한쪽에 놓인 대형 PC모니터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여러 개로 분할된 모니터 화면은 빨강과 파랑, 노랑, 녹색의 그래프들로 어지럽다. 언뜻 보면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상태를 알려주는 모니터 화면과 흡사하다. 실제로 화면에 나타난 그래프들은 관찰대상의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대상이 사람이 아닌 건물이라는 점이다. 주인공은 아랍에미리트의 최대 도시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층(162층·828m)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다. 》
그래프들은 부르즈 칼리파의 주요 구조부에 설치된 전자감응기가 보내오는 것으로, 바람 지진 등이 초래한 외부충격의 강도나 건물 내부의 흔들림, 주변의 온도 변화 등을 보여준다. 최첨단 빌딩 관리방식인 ‘구조물 건전성 모니터링(Structural Health Monitoring·SHM)’ 시스템이다. 원래 우주선의 상태를 지상센터에서 점검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첨단 구조물 관리 시스템인데, 이제는 국내 구조물과 건축물에도 적용되고 있다.

○ 우주선처럼 관리받는 부르즈 칼리파

지난해 9월 이란 남부에서 리히터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서울 삼성물산 초고층본부 사무실의 SHM 모니터 그래프가 정상범위를 벗어나면서 직원들을 한때 긴장시킨 적이 있다. 곧 상황이 진전됐지만 부르즈 칼리파의 상태를 서울의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었던 것은 SHM 기술 덕분이었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2010년 준공한 부르즈 칼리파에는 건물 꼭대기부터 지하까지 모두 7곳에 전자감응기 20여 개가 설치돼 있다. 인체와 비교하면 허리, 목, 무릎, 발목 등 주요 관절 부위에 해당하는 곳으로 건물구조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들이다. 전자감응기들은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0.01초 단위로 정보를 만들고 이를 저장한다. 만약 건물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자체적으로 비상시스템이 가동되고, 삼성물산 초고층본부 직원 등 관련 전문가들에게 해당 정보가 전달된다. 삼성물산 안상경 차장은 “최근 건물 내 진동으로 문제가 된 ‘강변 테크노마트’에도 SHM 시스템이 설치됐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건축물 잇따라 도입

SHM 시스템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중반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를 위해 만들어진 제주 월드컵경기장이 대표적이다. 올해 5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대교 남쪽 한강에 위치한 ‘세빛둥둥섬(플로팅아일랜드)’과 지난해 준공된 부산과 경남 거제를 해상과 해저로 연결하는 8.2km 길이의 ‘초(超)장대교량’인 거가대교도 SHM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구조물이다.

앞으로 SHM 기술로 무장한 건축물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부산에 들어설 ‘해운대 두산 위브더제니스’(80층·300m)와 국내 최고층 빌딩이 될 ‘잠실 롯데 수퍼타워’(123층·555m) 등 초고층 빌딩의 기준인 200m를 훌쩍 넘는 건물이 잇따라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아파트에도 이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아파트 단지에 SHM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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