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FTA, 한중일 ‘합종연횡’ 불붙였다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 3개국 ‘보이지 않는 경제전쟁’ 전략 비교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하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2004년 11월 중단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다시 시동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은 이미 수차례 우리나라와 FTA 협상을 개시하자고 요구해 왔고, 우리나라도 시점과 농산물 개방에 대한 방침만 정리되면 연내라도 협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미 FTA 비준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3국 간에 FTA를 통한 합종연횡에 불이 붙었다. 중국과 일본은 동아시아 FTA의 주도권을 잡아 역내 정치, 군사, 외교 주도권까지 확실히 잡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고, 우리는 지역 내 힘의 균형자로서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앞으로 3, 4년 내 역내 FTA 지도가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지난 60년간 유지돼 온 동아시아 패권 체제가 일거에 뒤바뀔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中 “아시아를 中자유무역지대로”

중국은 지난해 코스타리카와 FTA를 체결하고 올 8월 정식 발효시켰다. 중국이 자국의 국내총생산(GDP·5조8782억 달러)의 0.006%에 불과한 코스타리카와 FTA를 맺어 얻을 경제적 이득은 사실상 없다. 1941년부터 지속돼 온 대만과의 국교를 2007년 끊은 코스타리카에 중국은 FTA라는 ‘선물’을 줬다. 중국이 FTA를 바라보는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은 동아시아 역내 FTA의 목적을 ‘중화(中華) 경제권 구축을 통한 주도권 확보’에 두고 있다. 중국은 2004년 아세안(ASEAN)과의 FTA를 시작으로 홍콩, 대만 등 중화권 국가들과의 관계에 공을 들여왔다. 현재 추진 중인 한국, 호주, 인도와의 FTA를 완성하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 전체가 중국의 자유무역지대로 변모한다.

중국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대국답게’ 포용한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자국에는 불리하지만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과 농산물 관세 철폐조치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략연구팀장은 “중국의 FTA 추진 전략의 특징은 경제적 측면보다 자국 중심의 지역주의 구축 목표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라며 “지역 내 주도권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FTA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日 “FTA로 산업공동화 막아야 한다”


일본은 중국보다 훨씬 급하다. ‘중화 경제권 구축’을 통한 동아시아 주도권 확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당장 미국, 유럽연합(EU) 시장에서 자국의 산업이 한국 등에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엔고와 높은 법인세, 땅값, 인건비, 해외 수출 시 관세 등 고비용 문제를 들면서 해외로 공장을 옮기려 하고 있다. 산업공동화가 우려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개선해 해외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 노다 총리로선 급한 대로 7년간 중단된 한일 FTA 협상 재개를 통해 꽉 막힌 FTA 정책을 뚫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통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중화주의에 대응해 기존의 미-일 주도 외교동맹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TPP의 경우 농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데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가 워낙 심해 협상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 韓 “레버리지 효과 극대화”

EU와 FTA를 맺은 데 이어 한미 FTA 발효를 앞둔 우리나라는 ‘FTA 전선’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중-일 간 기싸움에서 우리나라는 힘의 균형추로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과 일본 모두 우리나라에 FTA 구애를 하는 만큼 우리가 어느 쪽 손을 들어 주느냐에 따라 아시아 역학구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은 동아시아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출연금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을 중재한 경험이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