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손실내고도 배당한 보험업계의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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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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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이후 21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보험업계의 임금 및 배당 수준이 높아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일부 보험회사는 수백억 원대의 당기순손실을 내고도 배당 잔치를 벌이는 등 보험업계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에 배당을 실시한 9개 보험회사의 평균 배당성향(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 비율)은 26.0%였다.

같은 기간 31.2%의 배당성향을 보인 카드업계보다는 조금 낮지만 보험회사들도 수익의 상당 부분을 모그룹의 계열사나 사주 등에게 배당으로 나눠줬다는 게 문제다.

보험업계 2위인 한화계열 대한생명은 지난해 순이익의 42.1%인 1995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한화건설, 한화케미칼 등이 이 돈의 절반가량을 가져갔다. 메리츠화재는 2008년에 58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고도 53억 원을 배당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조정호 메리츠종합금융증권 회장이 53억 원 중 20% 이상을 가져갔다.

보험업계의 임금 수준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10회계연도에 13개 보험사의 등기이사가 받은 평균 연봉은 9억3608만 원에 이른다. 등기이사들의 평균 월급도 4918만 원으로 증권회사 평균 4735만 원을 웃돈다.

하정민 경제부 기자
하정민 경제부 기자
가격 담합과 같은 보험사들의 영업 행태도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생명보험시장에서 종신보험,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 개인보험 상품의 이자율을 짜고 정한 12개 생명보험회사에 36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고객의 민원을 무효로 하기 위해 소송도 남발한다. 상반기 손해보험 관련 소송 378건 중 보험회사가 개인을 상대로 낸 소송의 비율이 90%를 넘는다. 계열사의 신용카드로만 보험료를 받고 계열사에 대한 대손적립금 비율을 크게 늘려 계열사의 손실을 우선적으로 메우도록 하는 등 계열사에 대한 편법 지원도 여전하다. 금융업의 핵심은 신뢰다. 게다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만큼 금융회사는 다른 업종의 기업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자금난에 처하면 국가에 손을 벌리고 이익이 생겼을 때는 자기들끼리 나눠 갖는 구태의연한 행태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정민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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