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7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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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가 마음대로 정한 수수료율 어떻게 믿나."

음식점 등 영세상인 중심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정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제대로 된 분석없이 주먹구구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협상력이 부족한 가맹점에게 전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한다.

17일 금융당국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업종·규모별 카드 수수료 원가내역 등을 요청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한차례도 가맹점 수수료 관련 자료를 요청하거나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금융권 수수료 실태조사에 가맹점 수수료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카드업계가 자율적으로 인하해왔기 때문에 미처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가맹점 수수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카드사들이 알아서 조정하라'고 압박할 뿐 정작 적절한 가맹점 수수료 수준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결제 확대에만 치중했을 뿐 가맹점주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가맹점들이 수수료율 단체협상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6월부터 가맹점들에게 단체협상권을 부여했지만 연매출 9600만 원 이하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신설 단체만 카드사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경우 이미 1.6~2.1%대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협상의지가 적은데다, 영세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지금까지 단 한 곳의 협상단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기존 업종별 중앙회나 상인연합회는 직접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

수수료율을 공시하고 있지만 카드업계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점도 가맹점에게는 불리한 대목이다.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카드사의 수수료율이 높아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맹점이 1개 카드사와 계약을 하더라도 다른 카드도 받을 수 있는 '가맹점 공동이용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들은 수수료율이 낮은 카드사와의 계약을 선호해 카드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지난해 '공동이용제 의무화' 법안을 낸 김용구 자유선진당 의원은 "가맹점이 카드사를 선택해야 시장원리에 따라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시스템 정비를 위해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편 신한카드가 이날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로 하자 다른 카드사들도 잇따라 수수료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신한카드는 내년부터 중소가맹점 범위를 기존 연매출 1억2000만 원 미만에서 2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수수료율을 2% 초반 대에서 1.6~1.8%대로 낮추기로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전체 229만 개 가맹점 중 87%가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삼성, KB국민, 비씨, 하나SK, 현대, 롯데카드도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내리고 적용 범위를 연 매출 2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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